시와 감상

봄날과 시 [나해철]

JOOFEM 2010. 4. 17. 08:57

 

 

 

 

 

 

봄날과 시 [나해철]

 

 

 


 

봄날에 시를 써서 무엇해

봄날에 시가 씌어지기나 하나

목련이 마당가에서 우윳빛 육체를 다 펼쳐보이고

개나리가 담 위에서 제 마음을 다 늘어뜨리고

진달래가 언덕마다 썼으나 못 부친 편지처럼 피어있는데

시가 라일락 곁에서 햇빛에 섞이어 눈부신데

종이 위에 시를 써서 무엇해

봄날에 씌어진 게 시이기는 하나 뭐

 

 

 

 

 

 

 

* 주페하우스를 방문하는 열혈독자께서 시를 통 안올린다는 컴플레인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 시를 안올린지 꽤 되었다.

그런데 사방천지가 봄꽃들의 아우성인데 굳이 시를 올릴 이유는 없다.

그 아우성 자체가 시방은 시가 되고 노래가 되는 까닭이다.

아마도 나해철시인의 말마따나 시를 쓰거나 올리거나 하면 그게 시이기는 하나 뭐,가 될 거다.

벚꽃이 화사하고 제비꽃이며 냉이꽃이며 소담스러운 언어들로 가득한 봄세상에

시를 붙잡기보다는 온몸으로 꽃들과 대화함이 옳은 줄로 아뢰오,일 게다.

꽃과의 대화를 위해 지금 뛰쳐나가야 쓰겄다.

'시와 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른 물고기처럼[나희덕]  (0) 2010.04.19
흰 꽃은 흰 손으로 따라[이기철]  (0) 2010.04.18
아름다운 번뇌[복효근]  (0) 2010.04.08
사랑 했다는 사실[이생진]  (0) 2010.04.05
다시 피는 꽃 [도종환]  (0) 2010.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