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아름다운 번뇌[복효근]

JOOFEM 2010. 4. 8. 19:50

 

                                                                                                           박 항률

 

 

 

 

 

아름다운 번뇌[복효근]

 

 

 

 


오늘도 그 시간
선원사 지나다 보니
갓 핀 붓꽃처럼 예쁜 여스님 한 분
큰스님한테서 혼났는지
무엇에 몹시 화가 났는지
살풋 찌뿌린 얼굴로
한 손 삐딱하게 옆구리에 올리고
건성으로 종을 울립니다
세상사에 초연한 듯 눈을 내리감고
지극정성 종을 치는 모습만큼이나
그 모습 아름다워 발걸음 멈춥니다
이 세상 아픔에서 초연하지 말기를,
가지가지 애증에 눈감지 말기를,
그런 성불일랑은 하지 말기를
들고 있는 그 번뇌로
그 번뇌의 지극함으로
저 종소리 닿는 그 어딘가에 꽃이 피기를......

 

지리산도 미소 하나 그리며

그 종소리에 잠기어가고 있습니다

 

 

 

 

 

 

 

* 인간은 맛있는 걸 보면 먹고 싶어진다.

좋은 옷을 보면 입고 싶어진다.

누가 날 미워하면 나도 그를 미워하게 된다.

누가 날 아프게 하면 나도 그를 아프게 하고 싶다.

그게 인간이다.

성불이란 것이 그 모든 것을 뛰어넘어서 절제하는 것이겠지만

번뇌가 뒤따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한 손 삐딱하게 옆구리에 올리고 살 일이 많을 게다.

그렇다고 삐딱한 것을 뭐라 나무랄 수는 없을 게다.

예쁜 여스님이라 해서 모든 게 용서가 되는 건 아니고

인간이 인간의 본성에 충실한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라 하겠다.

자연스러운 것이 곧 성불이니 본성에 충실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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