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과 시 [나해철]
봄날에 시를 써서 무엇해
봄날에 시가 씌어지기나 하나
목련이 마당가에서 우윳빛 육체를 다 펼쳐보이고
개나리가 담 위에서 제 마음을 다 늘어뜨리고
진달래가 언덕마다 썼으나 못 부친 편지처럼 피어있는데
시가 라일락 곁에서 햇빛에 섞이어 눈부신데
종이 위에 시를 써서 무엇해
봄날에 씌어진 게 시이기는 하나 뭐
* 주페하우스를 방문하는 열혈독자께서 시를 통 안올린다는 컴플레인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 시를 안올린지 꽤 되었다.
그런데 사방천지가 봄꽃들의 아우성인데 굳이 시를 올릴 이유는 없다.
그 아우성 자체가 시방은 시가 되고 노래가 되는 까닭이다.
아마도 나해철시인의 말마따나 시를 쓰거나 올리거나 하면 그게 시이기는 하나 뭐,가 될 거다.
벚꽃이 화사하고 제비꽃이며 냉이꽃이며 소담스러운 언어들로 가득한 봄세상에
시를 붙잡기보다는 온몸으로 꽃들과 대화함이 옳은 줄로 아뢰오,일 게다.
꽃과의 대화를 위해 지금 뛰쳐나가야 쓰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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