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아침시[최하림]

JOOFEM 2010. 4. 23. 06:46

 

                                            수선화 노오랗게 피는 아침, 최시인.

 

 

 

 

 

 

아침시[최하림]

 

 

 

 

 

굴참나무는 공중으로 솟아오른다

해만 뜨면 솟아오르는 일을 한다

늘 새롭게 솟아오르므로 우리는

굴참나무가 새로운 줄 모른다

굴참나무는 아침 일찍 눈을 뜨고

일어나자마자 대문을 열고 안 보이는

나라로 간다 네거리 지나고 시장통과

철길을 건너 천관산 입구에 이르면

굴참나무의 마음은 벌써 달떠올라

해의 심장을 쫓는 예감에 싸인다

 

그때쯤이면 아이들도 산란한 꿈에서

깨어나 자전거의 페달을 밟고 검은 숲 위로

오른다 볼이 붉은 막내까지도 큼큼큼

기침을 하며 이파리들이 쏟아지듯 빛을

토하는 잡목 숲 옆구리를 빠져나가

공중으로 오른다 나무들이 일제히

손을 벌리고 아이들이 일제히

손을 벌리고 아이들은 용케도 피해 간다

아이들의 길과 영토는 하늘에 있다

그곳에서는 새들과 무리지어 비행할

수가 있다 그들은 종다리처럼 혹은

꽁지 붉은 비둘기처럼 이 가지에서

저 가지로 포르릉 포르릉 날며 흘러

내리는 햇빛을 굴참나무처럼 느낄 수 있다

 

 

 

 

 

 

 

* 졸참나무도 아니고 굴참나무같던 최하림시인이 안보이는 나라로 가셨다.

이제 굴참나무만 보면 다들 최하림시인이 떠오를 것이다.

꼭 아이들과 함께, 하늘에 있는 굴참나무 숲에서 졸참나무 찾기놀이를 하며 행복하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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