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오누이[김사인]

JOOFEM 2010. 4. 22. 22:43

 

민우졸업식에 누나 현경이가 ......

 

현주졸업식에 오빠 민우가......

 

 

 

 

 

 

오누이[김사인]

 

 

 



57번 버스를 타고 집에 오는 길
여섯살쯤 됐을까 계집아이 앞세우고
두어살 더 먹었을 머스마 하나이 차에 타는데
꼬무락꼬무락 주머니 뒤져 버스표 두 장 내고
동생 손 끌어다 의자 등을 쥐어주고
저는 건드렁 손잡이에 겨우겨우 매달린다
빈 자리 하나 나니 동생 데려다 앉히고
작은 것은 안으로 바짝 당겨앉으며
'오빠 여기 앉아' 비운 자리 주먹으로 탕탕 때린다
'됏어' 오래비자리는 짐짓 퉁생이를 놓고
차가 급히 설 때마다 걱정스레 동생을 바라보는데
계집애는 앞 등받이 두 손으로 꼭 잡고
'나 잘하지' 하는 얼굴로 오래비 올려다본다

안 보는 척 보고 있자니
하, 그 모양 이뻐 어린 자식 버리고 간 채아무개 추도식에 가
술한테만 화풀이하고 돌아오는 길
내내 멀쩡하던 눈에
그것들 보니
눈물 핑 돈다

 

 

 

 

 

 

 

* 우리집 삼남매는 딸, 아들, 딸 순서로 되어있고

각각 삼년 터울이라 중간인 아들, 민우는 위 아래로 다정하다.

큰딸과 막내는 육년이 차이나서인지 조금 덜 다정하다.

오누이 시처럼  '오빠, 여기 앉아'  '누나, 여기 앉아' 하면서 다정하다.

세월이 지나 각각 자기 짝을 만나더라도 지금처럼 서로 다정하면 좋겠다.

 


'시와 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유 따르는 여자[김정기]  (0) 2010.05.01
아침시[최하림]  (0) 2010.04.23
마른 물고기처럼[나희덕]  (0) 2010.04.19
흰 꽃은 흰 손으로 따라[이기철]  (0) 2010.04.18
봄날과 시 [나해철]  (0) 2010.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