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홀
탄자나이트, 푸른 멍 [황옥경]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메레라니 산비탈,
천둥번개가 치고 벼락이 떨어졌다
메마른 돌무더기에 불이 붙었다
종이처럼 활활 타오르는 갈색 돌,
수천도의 뜨거운 불길 속에서
돌의 심장이 타들어가고, 뼈가 갈라지고
영혼이 쇳물처럼 녹아내려
갈색 돌의 형질이 변해버렸다
20세기의 보석, 탄자나이트의 푸른 멍은
거듭난 영혼의 빛깔이리라
고통을 이겨내고
하늘로부터 내려 받은 천상의 빛,
탕가니카 호의 푸른 물빛
눈부시게 푸른 킬리만자로의 하늘빛
'아프리카의 푸른 별'로 다시 태어난
12월의 탄생석
화火가 들어왔다는 내 심장에도 까맣게 타버린 돌이 있다
아직 푸른 멍의 빛깔을 가지지 못한
갈색 돌의 형질을 버리지 못한,
먼 우주 아름다운 별, 리겔을 닮고 싶은
돌 하나, 검은 재로 덮여있다.
* 탄자나이트가 12월의 탄생석인 줄은 몰랐다.
학교 다닐 때 Fe2O3는 헤마타이트, Fe3O4는 마그마타이트라고 외웠고
굴러다니는 돌처럼 생긴 교수님은 돌로마이트라고 명명하곤 했다.
돌 혹은 광석에 대한 학문이 지금은 전혀 쓸모없는 것이 되었지만
한때는 그것이 업이 될 수도 있었던 것이었다.
커피를 마실 때는 탄자니아를 특히 좋아해서 바리스타의 커피 내리는 기술을
탄자니아로 평가한다. 향을 낼 수 있으면 1급 바리스타이고 향이 죽으면 꽝으로 쳤다.
탄자나이트의 푸른 멍색깔이 오리온자리의 왼쪽 다리인 리겔을 닮았다 하니
더 반갑다.
하늘을 보면 늘 오리온자리의 일곱개 별을 헤아리는데 그 까닭이 있다.
황시인님이 돌에 조예가 깊은 줄 몰랐다.
혹 리겔을 닮은 브로우치를 가슴에 달고 다니는 건 아닐까.ㅎ
문학과 창작, 잘 받았고 소시집에 실린 다섯편 시도 잘 읽었습니다,라고
블로그에서 인사 드린다.
암튼 탄자니아도 반갑고 리겔도 반갑고 푸른 멍도 반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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