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人을 찾아서

윤관영 시집 뒤표지글(고영민시인의 글)

JOOFEM 2015. 7. 14. 23:30

 

 

 

 

 

 

문어를 한 마리 사서 삶아 보낸 적이 있다. 주머니에 찔러 준 차비를 받아 내려온 적이

있다. 내 집에 와 하룻밤을 묵은 적이 있다. 하루 쉬러 왔다 했다. 그는 밤새 물을 마셔댔

다. 아침에 삼계탕 국물에 밥을 먹여 보낸 적이 있다. 나는 출근을 했고 그는 그 길을 따

라 걸어갔다. 그가 두 번째  시집을 냈다. 통나무로 만든 도마 같은 시집. 손바닥으로 도마

를 쓸 듯 만져본다. 칼자국과 온갖 음식냄새가 배어 있다.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탁탁탁,

칼질 소리가 들린다. 나는 가지 쪄서 무친 것을 좋아한다. 침이 넘어간다. 씹을수록 구뜰

하다. 받아든 한 상이./ 고영민시인

 

 

 

 

 

 

 

 

 

 

* 윤관영시인은 솔직하고 정직하다.

굉장히 예의 바르고 사랑을 주거나 받거나 상관없이 따지지 않는다.

고영민시인에게도 차비를 주었지만 이준규시인에게도 그랬다.

천성은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

하선암에 몇 번 가서 잤는데 값없이 재워주고 밥도 먹게 해주었다.

너무 곧은 성격이어서 바른 말도 많이 한다.

노래방 할 때 손님에게 안 되는 것은 안 된다고 말한다.

돌을 볼 줄 아는 혜안을 가졌지만 못 생긴 돌도 예쁜 돌로 둔갑시키는 재주도 있다.

무엇을 해도 진지하고 은근과 끈기가 있다.

두 번째 시집을 읽으면서 백만 스물 둘, 백만 스물 셋......오래 가는 건전지처럼

오래오래 좋은 시를 써주면 좋겠다, 생각했다. / 시집에 없는 글, 주페가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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