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헤르만 헤세전

JOOFEM 2015. 8. 16. 20:56

 

*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헤르만 헤세전이 있어 다녀왔다.

십여년전에 다녀오고 두번째 전시회를 보았는데

이번에는 문학보다는 수채화를 동영상으로 제작해 벽면에 투사해 보여준 독특한 전시회였다.

그래서인지 사진에 반대편 벽의 그림들이 반사되어 보인다.

이 그림은 엔디 워홀이 그려 헌정한 작품으로 굉장히 의미가 있는 그림이다.

헤세는 구름만 좋아한 게 아니고 구름과자도 좋아했나보다.

 

* 인생은 여행과 같을 것이다. 구름처럼 방랑자가 되어 종착역을 찾아가는 여행.

여행의 목적은 행복을 추구하는 것일 게다. 헤세는 행복하게 구름과자를 내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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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평생을 살면서 방황과 고통이 없을 순 없지만 누구나 그것을 견뎌낸다. 그것이 인생이다.

죽고나서야 헤세는 행복했던 생을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 있으리라.

헤세의 삶은 인고의 세월 같아도 한 평생은 가장 잘 살아낸 방랑길이었을 게다.

 

* 얼굴의 골은 주름살이 아니다.

생을 사랑한 자기의 모습이다.

자기의 생을 진정 사랑하며 사는 사람은 몊 퍼센트나 될까.

맑은 눈과 자연의 소리를 듣는 겸손한 귀와 진실하게 말하는 입술을 가진 아름다운 모습의 헤세! 

 

* 초등학교 때 1234로 그림을 그리던 사람얼굴 같다.ㅎ

동그란 안경은 헤세의 트레이드 마크 같다.

요즘 이런 동그란 안경이 유행하는 것 같다. 나도 저런 동그란 안경을 쓰면 주페가 주세로 변할까?

 

* " 단지 하늘에 떠가는 구름 뿐이라고 해도 우리가 살아 존재하는 한 기뻐해야 합니다."

헤세의 말마따나 살아있는 날은 청춘이고 청춘은 아름다운 법, 모두가 기뻐하며 살면 좋겠다.

 

* 꺾어진 가지 (1962)

 

꺾어져 부스러진 나뭇가지,

이미 여러 해 동안 그대로 매달린 채

메말라 바람에 불려 삐걱거린다.

입도 없이, 껍질도 없이

벌거숭이로 빛이 바란 채

너무 긴 생명과 너무 긴 죽음에 지쳐 버렸네

딱딱하고 끈질기게 울리는 그 노랫소리,

반항스레 들린다.

마음 속 깊이 두려움에 울려 온다.

아직 한 여름을, 아직 또 한 겨울 동안을...

 

 

헤세가 쓴 마지막 시일까. 내가 태어나고 일년 남짓 동시대를 살았는데 노인과 갓난 아이로 살았던 거네.

 

 

* " ...꽃들도 죽음의 고통에 시달린다.

그 순진무구한 꽃조차도

우리 영혼이 제 아무리 순수하다 한들

고통에 시달릴 수 밖에 없는 것을..."

 

* "... 여름철이 다 가기 전에

우리들은 다시 한 번 정원을 손질하고 꽃에 물을 뿌려주자

그들은 벌써 지쳐버려 머지않아 시들 것 같다

아마도 내일쯤에...

다시 한 번 얼마간의 고운 것을 기뻐하고

그들에게 노래를 불러주자..."

* 말년에는 완전 어린아이가 되었을까 고양이와 놀고 있다.

 

* 벽면마다 헤세의 수채화들이 움직이고 있다. 바람도 불고 색상도 변하고 사람도 움직인다.

 

* 스케치가 그려지고 색채가 칠해지고 자연의 변화가 있기 때문에 벽을 한참 쳐다보아야 다음단계로 갈 수 있다.

 

* 그림에 대한 설명은 없었지만 귀에 꽂는 걸 사거나 안내원이 멘트할 때는 들을 수는 있는 것 같다.

그런데 그림과 밑에 올려준 헤세의 어록을 읽는 것만으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 수채화가 시원시원하다. 역시 자연을 그린 그림이라 그런 것 같다.

 

* 흰구름

 

아, 보라. 잊어버린 아름다운 노래의

나지막한 멜로디처럼

구름은 다시

푸른 하늘 멀리로 떠간다.

 

긴 여로에서

방랑의 기쁨과 슬픔을 모두

스스로 체험하지 못한 사람은

구름을 이해할 수 없는 법이다.

 

해나 바다나 바람과 같은

하얀 것, 정처없는 것들을 나는 사랑한다.

고향이 없는 사람에게는

그것이 누이들이며 천사이기 때문에.

 

 

* 사랑하는 사람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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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깨에

괴로운 머리를 얹으십시오.말없이 눈물의 달고 서럽게 지친 앙금을

남김없이 맛보십시오.

 

이 눈물을

목말라 안타깝게

보람도 없이

그리워할 날이 올 것입니다.

 

 

* 청춘

 

내 청춘의 찬란함을 믿는다.

어떤 수식어도 필요없을 내 청춘의 찬란함을 믿는다.

가장 뜨겁고 아름다운 청춘이길.

조그만 감정에도 함부로 흔들리지 않는 청춘이길.

 

나의 청춘은 온통 꽃밭이었다.

초원에는 은빛 샘물이 솟아오르고

오래된 나무와 동화 같은 숲의 녹음이

거친 내 꿈의 정열을 식혔다.

 

지금은 목마르게 뜨거운 길을 간다.

이제 청춘의 나라는 닫혀 있다.

나의 방황을 비웃기나 하듯

담 너머로 장미가 고개를 끄덕인다.

 

신선한 꽃밭의 속삭임이

분노하며 점점 멀어가지만

그때보다 곱게 울리는 소리가 있어

마음속 깊이 귀 기울인다.

 

* " 인생에 주어진 의무는 / 다른 아무 것도 없다네.

그저 행복하라는 한 가지 의무뿐. /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 세상에 왔지......"

 

* 스토리가 긴 것들은 앉아서 볼 수 있다.

 

* 우리가 걷는 길 위에서 가야할 이정표를 찾을 수 있는 것은 지혜를 통해서일 게다.

헤르만 헤세는 우리에게 많은 지혜를 주고 깨달음을 준다.

돌아보면 헤세의 사상이 나의 길을 안내해준 것일 게다. 고마운 헤세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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