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이 환해서 맥주 생각이 났다 [김서현]
집 앞에 의자를 내놓았다
목련 꽃잎이 긴 머리카락에 떨어졌다
멈출 수가 없어서
떨어졌다
봄입니까,
라고 말을 하려던 입술이 벌어졌다
손각지를 꽉 끼고 걸었던 그 거리
다시 가지 않을 거라는 예감이
부어오른 목련 꽃잎 같아
지그시 눌러보았다
온종일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꽃잎 부풀리는 일 말고는
이 봄에 다시 만나게 될 너는 어떤 표정일까
저녁을 말리는 목련을 보며
너의 어떤 표정을 생각했다
하루라도 봄이 있었던 날은 없었다
- 목련이 환해서 맥주 생각이 났다, 달아실, 2023
* 큰딸이 태어난 날 하얀 목련이 활짝 피었댔다.
4월 2일이었으니 요맘때면 목련꽃이 피어나는구나.
오늘도 여기저기 팡팡 목련이 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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