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자를 캐면서 [이재무]
감자를 캐면서 나는,
내가 미숙한 어른이라는 것을 알았다.
산파가 아기를 받아내듯 정성을 다하지 못했다.
진득하니 앉아
손으로 달래가며 한 알,
한 알 모셔 오다가
오금이 저리고
허리가 비명을 지를 때마다
호미로 마구 흙을 헤집어
날에 찍힌 알들이 하얀 비명을 지르게 했다.
내 수고에 비례하여
알들의 안전이 지켜진다는 것을
깜빡깜빡 잊고는 하였다.
감자를 캐면서 나도 모르게
인성을 땅에게, 알들에게 들켰다.
감자를 캐는 동안 내 일생이 들통났다.
- 정다운 무관심, 천년의 시작, 2025
* 인간이 감자를 지배하기에 망정이지
감자가 인간을 지배했다면 상처를 낸 인간을
감자칩으로 만들어 버릴지도 모른다.
요즘 산업현장에서 안전 부주의로 사망하는 일이 많아졌다.
사실은 늘 일어나고 있던 사망사고인데
갑자기!
중대재해처벌법을 더 강화해서 사고낸 업체를 감자칩처럼 만들어버리겠단다.
감자를 조심조심 상처내지 말고 자알 캐내길.....
'시와 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먼 곳 [문태준] (0) | 2025.09.17 |
|---|---|
| 뒤편 [천양희] (1) | 2025.09.05 |
| 자벌레 [반칠환] (3) | 2025.08.19 |
| 밭 한뙈기 [황규관] (4) | 2025.08.09 |
| 숲길에서 [김완하] (4) | 2025.08.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