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낮달 [유지소]
나는
거기 있었다 네 머리 위에
거기 있었다 네가 떠나간 후에도
거기가 거기인 줄도 모르고
거기 있었다
물이 흐르면서 마르는 동안
바퀴가 구르면서 닿는 동안
지구가 돌면서
너의 얼굴을 바꾸는 동안
그동안
거기 있었다
나는
거기라는 말보다도 한참 먼 거기에
- 계간 시작 2012년 가을호
* 가족은, 친구는, 굳이 눈에 있지 않는다 해도 늘 함께 있고
늘 서로 함께 지켜보는 것과 같다.
항상 그 자리에서 때로는 환하게 눈에 들기도 하고
때로는 손톱달처럼 커튼 뒤에 숨어 살짝 내려다 보기도 하고
때로는 숨어서 있는 듯, 없는 듯도 하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잘 알아듣고
내가 생각하는 풍경을 잘 이해하고
말하지 않아도 공감해주는 그런 말, 말, 말.
낮달은 특별히 많은 공감을 해주니 이보다 더 친할 수는 없다.
낮달은 늘 가까이 있고 내 마음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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