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껍질과 속살에 대한 고찰 [한숙]

JOOFEM 2025. 11. 1. 09:22

 

 

 

 

 

껍질과 속살에 대한 고찰 [한숙]

겉은 단단하지만 속살은 무르다

물러 터졌다는 소리가 늘 날아와 가시처럼 박히곤 했다

의지는 강하지만 인정에 여린 호박

호박골 따라 핀 보름달을 잘라 찜기에 찐다

포슬포슬 하얀 속살로 익어가는 호박

껍질은 속살을 위해 온전히 자신을 내어 준다

내 사랑에도 껍질과 속살이 있었을까

딱딱한 껍질이 없었다면 속살도 없었겠지

세상 풍파 막아주신 부모님이 없었다면

여린 나도 없었겠지

껍질을 버리지 못하고 한 켠에 놓는다

단단하지만 가장 물렀던 사랑

​               - 웹진 『시인광장』 2025년 10월호 

 

 

 

 

 

 

* 직장 생활 삼십년 할때에는 '외유내강'이라는 말을 참 많이 들었지만

이제 나이 먹고 강해봐야 먹히지도 않으니 외유내유, 흐물흐물한 사람이 되었다.

스스로 강한 나를 지키며 살아왔지만 이제부터는 흐물흐물하게 사는 게 맞다.

늙은호박의 껍질을 까려면 어찌나 단단한지 잘드는 칼로도 애를 먹는다.

하지만 껍질속의 속살은 뭉근하게 익혀주면 맛난 호박죽을 먹을 수 있다.

맛난 호박죽처럼 살아야겠다.

 

형수님이 늙은 호박을 하나 주어서 잘 모셔놓고 있는데 겨울이 되면

맛난 호박죽을 먹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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