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평의 꽃밭 [김성옥]
돌아가 고향 마을의 이장이 될
꿈을 가진 공무원이 있다.
나라 살림 궂은 일 틈에도
어린 시절
흰눈이 사각거리는 소리와
초가지붕 짚풀을 타고
봄비가 삭혀 떨어지는
낙수의 부드러움을 생각하는,
산자락을 타고 낮게 내려앉는
칠흑의 어두움과도 만났던.
참 복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나도 세사의 계산으로는 셈할 수 없는
어린 시절 받은
복에 넘치는 재산이 있다.
지금은 내 마음속에만 남아 있지만
아무도 앗아갈 수 없는
백 평의 꽃밭.
철 따라 채송화,봉숭아,분꽃,나팔꽃이
아무것도 아닌 듯
소리없이 피고는 지는
피어서 뽐내지 않고
지면서 슬퍼하지 않는.
* 철 따라 아무것도 아닌 듯 살아내는 꽃들이 있건만 인간은 왜 그리
다투고 소리내며 뽐내며 분노하며 살아야 하는지.
야생초들처럼 꽃조차 보이지 않는 곳에서 피워내듯이 조용히 좀 살자.
부러운 백평의 꽃밭 내게도 있다면 야생초조차 뽑아내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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