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이재무]
흐르는 물에 상추잎 씻듯 시간의 상처
씻어주는 것들, 풍경 속에 약손이 있다
우수 경칩 지나 몸 푼 강물,초롱초롱
눈 뜬 초록별 그리고 지상으로 기어올라와
부신 햇살 속으로 얼굴 디밀고는
어리둥절한 지렁이의 가는 허리,
꼭 그만큼씩만 꿈틀거리는 봄날의 오솔길
등속이 피워내는 적막의 부드럽고 따뜻한
혀가 쩍,벌어진 진애의 살(肉)을 핥는다
풍경 속으로 풍경되어 걸어가면
순간의 열락으로 몸은 한지처럼 얇고 투명해진다
풍경은 붕대다
늙고 지친 생을 감고 부옇게 떠오르는, 상처 난
생활의 소음이며 거품 천천히 가라앉기를 기다린다
그러나 언젠가 새 살 돋아 가려워진 생은
풍경의 울타리를 벗어나 스스로 걸어 나올 것이다
* 정지되어 있는 풍경은 없다.
늘 꿈틀거리며 늘 변화한다.
엔트로피는 항상 증가하는 편이며,
그래서 세상은, 우주는 늘 무질서해지고 우리의 의식도 우리의 몸도 무질서해진다.
그것이 신이 우주를 만들때 훅 하고 불어넣은 생명이다.
삶의 리비도가 풍경을 바꾸고 있다.
'시와 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생은 언제나 속였다[이승훈] (0) | 2005.07.23 |
---|---|
프란츠 카프카[오규원] (0) | 2005.07.23 |
백평의 꽃밭[김성옥] (0) | 2005.07.23 |
설날 아침에[김종길] (0) | 2005.07.23 |
허공의 잠[조용미] (0) | 2005.07.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