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아침에 [김종길]
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얼음장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
파릇한 미나리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조금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오늘 아침
따뜻한 한 잔 술과
한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든
그것만으로도 푸지고
고마운 것이라 생각하라.
세상은
험난하고 각박하다지만
그러나 세상은 살 만한 곳
한 살 나이를 더한만큼
좀 더 착하고 슬기로울 것을 생각하라.
아무리 매운 추위속에
한 해가 가고
또 올지라도
어린 것들 잇몸에 돋아나듯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
* 어린 시절, 설레임으로 맞이한 설을,
이제는 해를 더할수록 초조해지고 추워서인지 움추리게 되고 꿈도 마모되어 가고,
착하다는 게 뭐지? 의혹이 앞서게 된다.
그래도 한복 고웁게 차려입은 딸아이의 커가는 모습으로,
의젓해지는 아들의 허스키한 목소리로 흐뭇해하며, 그
렇게 새해를 맞을 일이다.
어디 가래떡 뽑는 집,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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