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여기에 우리 머물며[이기철]

JOOFEM 2005. 7. 24. 22:09

여기에 우리 머물며 [이기철]




풀꽃만큼 제 하루를 사랑하는 것은 없다
얼만큼 그리움에 목말랐으면
한 번 부를 때마다 한 송이 꽃이 필까
한 송이 꽃이 피어 들판의 주인이 될까

어디에 닿아도 푸른 물이 드는 나무의 생애처럼
아무리 쌓아 올려도 무겁지 않은 불덩이인 사랑

안보이는 나라에도 사람이 살고
안들리는 곳에서도 새가 운다고
아직 노래가 되지 않은 마음들이 살을 깁지만
상처 없는 영혼이 어디 있느냐고
보석이 된 상처들은 근심의 거미줄을 깔고 앉아 노래한다
왜 흐르느냐고 물으면 강물은 대답하지 않고
산은 침묵의 흰새를 들쪽으로 날려보낸다

어떤 노여움도 어떤 아픔도
마침내 생의 향기가 되는
근심과 고통 사이
여기에 우리 머물며 

 

 

 

* 어디에 닿아도 푸른 물이 드는 나무,  

때로 겨울이 되어 앙상한 가지만 남은 채 바람소리에도 슬픔이 깃들겠지만

봄이 오고 따뜻한 사랑이 찾아오면 새들도 햇살도 찾아와 기쁨을 노래하리.  

왜 사느냐고 물으면 하늘 한 번 쳐다보며, 

생명을 주신 주님께 감사하고 찬송과 영광을 드려야 한다고 말하리.

여기 이 나무에서 아픔과 고통을 이겨내고

주님이 보시기에 아름답고 향기나는 새잎을 돋게 하고 감동의 눈물을 흘릴 때까지.

흔들림없는 나무가 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