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손에 빗자루가 있다면 [문정희]
당신의 손에 빗자루가 있다면
다른 데는 말고
내 가슴으로 들어와
부질없는 나뭇잎들
한쪽으로 쓱쓱 치워주세요
언뜻 보면 아까워 보이지만
습관뿐인 저 거실의 꽃병
먼지 앉는 의자를 치워주세요
추억만을 되감는 시계가
다시 새 비둘기를 낳을 수 있도록
태엽에도 숨결을 불어넣어 주세요
당신의 손에 빗자루가 있다면
깊고 쓸쓸한 뒷모습들
쓸어내 버리고
눈부신 새 물길을 내어주세요
*시집<양귀비꽃 머리에 꽂고>.민음사.2004
* 예수님은 열여덟해동안 꼬부라져 살았던 한 여인을 펴게 하셨습니다.
미라클 메이커이십니다.
우리 인간들은 날마다 꼬부라져 살지만 날마다 주님께서 꼬부라진 몸을 펴주십니다.
아마 주님은 빗자루를 손에 쥐시고 우리들의 마음에 있는 먼지도 날마다 쓱쓱 치워주실 겁니다.
그래서 우리들은 날마다날마다 눈부신 새 물길로 걸어 갑니다.
주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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