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말아톤

JOOFEM 2005. 8. 4. 11:37
 

장대비가 주룩주룩 내린다. 어린 자폐증 아이와 그의 어머니는 비를 맞으며 서 있다. 카메라는 화면 가득 거대한 벽을 보여주고 그 밑에 비를 맞고 서 있는 모자를 롱샷으로 아주 작게 잡는다. 한없이 왜소한 그들은, 마치 두드려도 열리지 않는 이 거대한 세상의 벽 앞에서 절망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벽,특히 마음의 벽은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 오는 것일까?

정윤철 감독의 데뷔작 [말아톤]은 자폐증을 앓고 있는 아들과 어머니의 이야기이다. TV의 [동물의 왕국]에 나오는 얼룩말과 쵸코파이를 좋아하는 스무 살 청년 초원이는 5살 지능이지만 뛰어난 암기력을 가지고 있고 달리기에 대한 재능이 있다. CF에 등장한 상품이 보이면 초원이의 입에서는 줄줄 광고카피가 흘러나온다. 10km 단축 마라톤 대회에서 3등을 한 초원이가 3시간 안에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는 서브쓰리를 달성하기까지가 [말아톤]의 스토리이다.

마라톤이 말아톤이 된 것은 초원이가 일기장에 마라톤을 말아톤이라고 적어서 생긴 말이다.
초원이가 마라톤을 할 수 있는 것은 어머니의 헌신적 후원 때문이다. 그러나 초원과 어머니의 소통과 갈등은 이 영화의 중심축이다. 과연 초원이는 어머니의 집요한 강요 때문에 마라톤을 하는 것일까 아니면 스스로 좋아서 하는 것일까. 자폐아 학교에 200시간 사회봉사활동 명령을 받은 전직 마라토너가 오면서 초원이는 체계적인 훈련을 받는다. 초원/어머니의 관계는 이제 마라톤 지도를 중심으로 코치와의 삼각 갈등으로 증폭된다. 그리고 초원만을 생각하는 어머니와 초원의 동생, 아버지 등 가족 내의 갈등이 또 다르게 구축된다.

 

자폐아의 특징은 절대 타인과 관계하려 하지 않고 소통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통의 길은 분명 열려있다는 희망을 가져야 하며 이 영화 후반부에서 초원이는 자신을 위해 헌신하는 코치에게 물을 건네줌으로서 마음의 벽을 허물고 소통에 성공한다. 내가 아닌 타인과의 관계에서 말을 주고 받는다는 것, 물을 주고 받는다는 것, 선물을 주고 받는다는 것등이 정상인에게는 정상적인 소통이지만  정상인이 아닌 경우에는 대단한 일인 것이다.  정상인도 세상을 살면서 이웃집과 말 한마디 나누지 않고 산다든가, 눈길 한번 안주는 일이 허다하므로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이 소통의 문제는 말 그대로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초원이가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고 길가에 도열한 시민들과 손바닥을 수없이 부딪히는 장면은 감동 그 자체였다. 손바닥의 스킨십이 얼마나 열린 마음으로 행하는 소통인가. 정말 그 장면 하나로도 우리는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깨달을 수 있다.

 

예수님을 주님으로 고백하며 사는 자녀들은 주님과의 소통을 어찌 해야 하는 것일까? 기도할 때마다 은혜를 주시는 주님, 사랑을 주시는 주님이라고  하면서도 받기만을 바라며 드리기를 거부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던가. 믿는다고 하면서 하늘나라에 소망을 두지 않는 사람은 또 얼마나 많던가. 특히 한국사회에서는 기복신앙과도 같이 ~~해 주세요.~~해 주세요 하며 받기만을 바라는 기도가 얼마나 많은가.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아이쿠! 나도 주님과의 소통이 문제가 있었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다. 초원이처럼 물 한통을 드리는 마음과도 같이 주님께 열린 마음으로 소통할 수 있기를 바라게 되었다. 받기만 하는 주님도 아니고 주기만 하는 주님도 아닌, 주고 받는 관계의 주님인 것이다. 소통은 그래서 중요하다. 주님의 자녀들은 기도와 (믿음)생활를 통해서 진실하게 소통해야 할 것이다.

 

믿음생활을 하면서 의외로 마음을 닫고 사는 사람이 많다. 오직 주님하고만 소통하면 되지 타인(성도)과 소통할 필요는 없어!라며 주일예배만 달랑 드리고는 친교나 봉사나 혹은 작은 기도모임에도 거리를 두는 경우가 그렇다. 들여다보지 않았으니 잘은 모르지만 아마 주님과의 소통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왜냐면 믿음은 있는데 소망이나 사랑이 없기때문이다. 고린도전서 13장에 믿음 소망 사랑중에 제일은 사랑이라 했는데 가장 중요한 [사랑]이 없다는 것은 소통을 거부하는 자폐증과 같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나를 버렸어. 그래서 나는 나의 마음문을 닫은거야. 초원이의 마음은 그렇게 말한다. 그러나 어머니가 헌신적으로 자신을 사랑해주는 것을 알게 되고 마침내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리려고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한다. 어머니를 사랑하고 타인에게 열린 마음이 생긴 증거이며 기적이다. 우리는 주님이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알며 주님께 마음문을 열게 되기를 바라는지를 이 영화 한편을 통해 보여주셨다. 주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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