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렸을 때 서울 변두리에는 아직 논밭들이 있어 그 논밭의 물을 얼려 만든 스케이트장이 많았고, 겨울방학을 이용해 스케이트를 타곤 했다.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지칠 줄 모르고 놀다보면 배가 고파지는데 그럴 때쯤 아버지는 맛있는 샌드위치를 만들어 가지고 오셨다. 그 샌드위치의 맛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아버지의 사랑이다. 가끔 나는 나의 아이들이게도 이 샌드위치를 만들어 준다. 마가린을 프라이팬에 두르고 식빵을 노릇노릇 굽고 식빵 사이에 계란프라이를 넣는데 설탕을 살짝 뿌리는 게 아버지의 비법(?)이셨다.
세상을 살면서 가족의 사랑이 없으면 살맛이 나지 않는 법이다. 누구에게나 사랑하는데 있어서 가장 기초적이고 사랑을 나눌 최소한의 단위는 가족이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한다면서 정작 자기 가족은 사랑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거짓사랑과 다름없을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나의 아버지와 나의 어머니를 통해서 내게 생명을 주셨으니 가족의 사랑은 하나님이 주신 선물인 것이다.
나의 아이들과 모처럼 영화를 감상했다. 제목이 [가족]이다. 팝콘과 콜라 하나를 사서 셋이 나누어 먹으며 가슴이 짠한 가운데 가족의 사랑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정철 감독의 데뷔작 [가족]은 아버지와 딸을 중심축으로 해서 가족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정은(수애 분)은 교도소에서 3년을 복무하고 출소한 전과 4범이다. 아버지 주석(주현 분)은 전직 경찰이지만 지금은 시장 통에서 생선가게를 하고 있다. 정은에게는 10살 난 정환이라는 남동생이 하나 있다. 정은은 6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와 갈등을 빚으며 어둠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이제 정은은 미장원에 취업해서 갱생의 길을 걸으려고 한다. 그녀는 3년전 다른 사람을 칼로 찌른 조직의 보스인 창원(박희순 분) 대신 경찰에 자수했지만, 자수하기 전날 창원의 금고를 털어 거대한 비자금을 자기 집 마루 밑에 숨겨두었다.
나이트클럽을 경영하는 조직 보스가, 훔친 돈을 가져오지 않으면 정은의 아버지에게 위해를 가하겠고 정은을 위협하면서, 정은 가족은 위기에 직면한다. 그러나 아버지가 정은이 대신 그 돈을 보스에게 갚으면서 부녀간의 갈등은 축소된다. 그리고 조직의 안전을 위해 경찰의 윗선에 성상납을 해야 한다고 정은에게 요구하는 보스를, 아버지가 대신 제거하려고 하면서 눈물겹게 해소된다.
교도소에서 출소하여 3년 만에 집에 돌아온 딸을 보고 아버지는 무심하게 말한다. [왜 왔어? 언제 나갈 거야?] 그러나 말은 그렇게 해도 아버지는 내심, 딸이 집으로 돌아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나가! 나가서 너는 너 식대로 살아!] 정은이 여전히 조직 보스의 협박을 받는 것을 알고 아버지는 이렇게 말하지만, 정은 몰래 보스를 찾아가 무릎을 꿇고 딸을 괴롭히지 말아달라고 애원한다.
겉은 차갑고 속은 뜨거운 아버지의 감정을, 주현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는 훌륭한 연기로 표현한다. 딸에 대한 애정을 보이지 않게 드러내야 하는 모순적 감정이 주현의 연기 속에는 담겨 있다. 수애 역시 세상의 모진 풍파를 이겨낸 무표정한 얼굴로 복잡한 감정을 다스리며, 감정의 절제를 보여준다.
아버지가 딸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 보스를 제거하기로 작정하고 딸과 아들을 불러 술잔을 나눈다. 누나를 위하여······누나를 위하여······ 건배를 제창하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이 한껏 묻어난다. 비록 화면의 배경이 더럽고 추악한 조폭의 세계를 그렸지만 그 속에서도 가족의 사랑은 살아있음을 알게 했으며 우리의 삶을 지탱해주는 소중한 관계가 가족임을 일깨워 준다.
(하나님이 만드신 중요한 두개의 조직이 가정과 교회라고 한다. 교회에서의 가족은 가정에서의 가족과 다르지 않다. 영생 길 함께 걷는다는 것은 굉장한 축복이고 믿음으로 지켜가야 할 길이다. 영화에서처럼 복된 교회와 가정에는 사탄이 흔들려는 불순함이 꼭 있다. 흔들리지 않는 믿음으로 부모는 자녀를 훈계하며 자녀는 부모를 순종하며 서로서로 사랑하며 지켜가야 한다. 복된 교회와 가정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