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
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
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메이었다.
바로 날도 저물어서,
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 추위는 점점 더해오는데,
나는 어느 木手네 집 헌 삿을 깐,
한 방에 들어서 쥔을 붙이었다.
이리하여 나는 이 습내 나는 춥고, 누긋한 방에서,
낮이나 밤이나 나는
나혼자도 너무 많은 것같이 생각하며,
또 문밖에 나가지도 않구 자리에 누워서,
머리에 손깍지베개를 하고 굴기도 하면서,
나는 내 슬픔이며 어리석음이며를
소처럼 연하여 쌔김질하는 것이었다.
내 가슴이 꽉 메어올 적이며,
또 내 스스로 화끈 낯이 붉도록 부끄러울 적이며,
나는 내 슬픔과 어리석음에 눌리어
죽을 수 밖에 없는 것을 느끼는 것이었다.
그러나 잠시 뒤에 나는 고개를 들어,
허연 문창을 바라보든가 또 눈을 떠서
높은 천정을 바라보는 것인데,
이때 나는 내 뜻이며 힘으로,
나를 이끌어가는 것이 힘든 일인 것을 생각하고,
이것들보다 더 크고, 높은 것이 있어서,
나를 마음대로 굴려가는 것을 생각하는 것인데,
이렇게 하여 여러 날이 지나는 동안에,
내 어지러운 마음에는 슬픔이며, 한탄이며,
가라앉을 것은 차츰 앙금이 되어 가라앉고,
외로운 생각만이 드는 때쯤 해서는,
더러 나줏손에 쌀랑쌀랑 싸락눈이 와서
문창을 치기도 하는 때도 있는데,
나는 이런 저녘에는
화로를 더욱 다가 끼며, 무릎을 꿇어보며,
어느 먼 산 뒷옆에 바우섶에 따로 외로히 서서,
어두워오는데 하이야니 눈을 맞을,
그 마른 잎새에는,
쌀랑쌀랑 소리도 나며 눈을 맞을,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 세상 살면서 사랑이 없으면 모든 게 다 부질없음이다. 슬픔과 비탄과 고독과 어리석음과 부끄러움과 그리고 죄악. 우리는 이런 파워풀하지 않은 영혼이 되어서는 아니 된다. 오직 사랑이 충만하여 기쁨과 환희와 함께 함과 지혜와 명철, 긍지, 자랑스러움, 선함 등등이 우리의 영적 무기가 되어 세상을 살 일이다. 짧은 생애이지만 파워풀함으로 살아야 하잖은가. 시인 백석이 살았던 암울한 시대는 그러나 언제나 암울할 뿐이다. 고귀한 생명이 참생명이 되길 바라며 이 시를 감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