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섭 '삶 - 회(回)'
물 마시는 법 [박목월]
주전자에 물을 담아
솔솔솔 병에 채운다.
왜, 병에 물을 채우니?
왜는 왜야, 심심해서
물을 채우지.
누가 심심하니?
병도 나도 심심하지.
아무 소리 않고
꼴깍 꼴깍 물을 마시는 병.
병아.
병아.
왜, 물만 마시니?
심심해서
꼴깍 꼴깍 토해 내지.
토해 내면 어떡하지?
도루 주전자에 물을 담아
솔솔솔 병에 채운다.
* 나이를 먹으면 눈오는 것도 귀찮고 누구를 만나는것도 귀찮다.
어디를 나들이한다는 것 또한 그렇다.
모든 게 다 심드렁해진다. 재미가 없다.
새로울 게 없기 때문이다.
할머니들이 부러운 시선으로 젊은 처녀들을 바라보지만
무료한 일상은 바뀌지 않는다.
세상 사는 법이 다 그렇다.
마치 빈 병에 물을 집어넣듯이.
왜 물을 넣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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