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 [홍윤숙]
먼 후일 ...... 내가
유리병의 물처럼 맑아질 때
눈부신 소복으로
찾아가리다.
문은
조금만
열어 놓아 주십시오
잘 아는 노래의
첫 구절처럼
가벼운 망설임의
문을 밀면
당신은 그때 어디쯤에서
환 - 희 눈 시린
은백의 머리를
들어 주실까......
알듯 모를듯
아슴한 눈길
비가 서리고
난로엔
곱게 세월 묻은
주전자 하나
숭숭 물이 끓게 하십시오
손수 차 한잔
따라 주시고
가만한 웃음
흘려 주십시오
창 밖에 흰 눈이
소리 없이 내리는
그런 날 오후에
찾아가리다
* 은백의 머리가 될만큼 오랜 세월을 살다보면 만나고 싶은 사람도 많을 게다.
인연이 계속될 것 같다가도 까맣게 잊혀진 이도 있을테고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줄을 알고 서운함에 헤어졌던 이도 있을테고
아뭏든 이러저러 해서 잊혀졌지만
언젠가는 찾아가고 싶은 친구들이 있을 테다.
반갑다, 친구야.
손을 내밀면 손수 차 한 잔 따라주며 그 옛날의 추억을 돌려줄 친구들,보고 싶다.
아직 은백의 머리가 된 건 아니지만 유리병의 물처럼 맑으려면 더 있어야 되기에
그 때를 기다리며 흰 눈이 내리는 오후를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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