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사랑 [홍영철]
사랑을 하는 일도
사랑을 받는 일만큼 힘이 듭니다.
간밤에는 바람이 불고 후드득 빗소리가 들리더니
이 새벽길은 나무며 지붕들이
모두 촉촉히 젖어 있습니다.
마음이란 깃털보다 가벼워서
당신의 숨소리 하나에도
이렇게 연기처럼 흔들립니다.
오늘은 당신의 목소리조차 볼 수가 없으므로
나는 사막으로 밀려가야 합니다.
모래의 오르막을 오르고
모래의 내리막을 내리고
모래의 끝없는 벌판을 지나 나는 갑니다.
우리 일용할 빵 하나의 모양으로 떠 있는 태양 아래
내 몸이 소금처럼 하얗게 바래질 때
그 때,
멀리 떠오르는 당신,
그 신기루처럼 투명한 그리움.
* 우리는 사막을 아름답다라고 말 할 수도 있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신비로운 모습을 간직한 곳도 더러 있기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신비롭지 않다.
그냥 우리나라의 자연에 불을 질러버린 황폐한 땅을 연상하면 된다.
고성산불을 생각하면 될 게다.
고운 모래보다는 거친 자갈과 푸석푸석한 흙들이 널려있고
일년에 그저 한움큼의 빗줄기가 내렸을 때 반짝 잡초가 살다가 말라죽은 시체만
널려있는 죽음의 평야, 그리고 산.
그런데 그 죽음의 평야에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죽은 잡초사이를 개미들이 지나다니고
사막색으로 보호색을 띤 참새도 있고
그 와중에 벌들도 날아 다닌다.
모든 것이 소금처럼 바래었어도 그들은 사랑을 그치지 않고
사랑을 꿈꾸고 있었다.
내가 본 사막은 아래 그림처럼 죽음의 평야였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