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가을 서시[이수익]

JOOFEM 2006. 9. 8. 14:59

 

가을

 

 

 

 

 

가을 서시 / 이수익

 

 




맑은 피의 소모가 아름다운
이 가을에,
나는 물이 되고 싶었습니다

푸른 풀꽃 어지러워 쓰러졌던 봄과
사련으로 자욱했던 그 여름의 숲과 바다를 지나
지금은 살아 있는 목숨마다
제 하나의 신비로 가슴 두근거리는 때

이 깨어나는 물상의 핏줄 속으로
나는 한없이 설레이며
스며들고 싶습니다

회복기의 밝은 병상에 비쳐드는
한 자락 햇살처럼
아, 단모음의 갈증으로 흔들리는 영혼 위에
맺힌 이슬처럼

 

 

 

* 해마다 맑은 피를 소모하는 계절.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기다렸습니다.

  하나의 나뭇잎으로

  살랑거리는 바람에 미치겠습니다.

  목마른 영혼이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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