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서시 / 이수익
맑은 피의 소모가 아름다운
이 가을에,
나는 물이 되고 싶었습니다
푸른 풀꽃 어지러워 쓰러졌던
봄과
사련으로 자욱했던 그 여름의 숲과 바다를 지나
지금은 살아 있는 목숨마다
제 하나의 신비로 가슴 두근거리는
때
이 깨어나는 물상의 핏줄 속으로
나는 한없이 설레이며
스며들고 싶습니다
회복기의 밝은 병상에
비쳐드는
한 자락 햇살처럼
아, 단모음의 갈증으로 흔들리는 영혼 위에
맺힌 이슬처럼
* 해마다 맑은 피를 소모하는 계절.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기다렸습니다.
하나의 나뭇잎으로
살랑거리는 바람에 미치겠습니다.
목마른 영혼이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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