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왼손의 쓸모[김나영]

JOOFEM 2006. 8. 28. 12:43

 

 

                                               2나0은 왼손잡이일까, 늘 왼손에 마이크를 든 모습이다.

 

 

 

 

 

 

 

 

왼손의 쓸모[김나영]

 





보통 때는 잘 모른다.

땅에 돈 떨어진 것 발견했을 때
내가 내 멱살을 잡고 뒤흔들어 놓을 때
참다 참다 말 안 듣는 자식 등짝 몇 대 후려 칠 때
망설일 것 없이 왼손이 스프링처럼 확 튀어 나간다.

아버지 앞에서 오른 손 부들부들 떨며 숟가락질 배운 탓에
ㄱ, ㄴ, ㄷ, … 오른 손 덜덜 떨며 완곡하게 구부려 쓴 탓에
지금은 오른 손으로 글을 쓰고 오른 손으로 밥 먹고 살지만

위기가 닥칠 때 맨손으로 버티는 것이 왼손의 근성이다.
유년 시절 한 봉지의 과자를 훔치던 손이 성공했더라면
어느 하산 길 왼손이 나무뿌리 부여잡고 피 흘려주지 않았더라면
내 생의 지도는 극도로 우회되었을지도 모른다.

오른 손은 왼손의 쓸모를 수시로 빌려 쓰고 있다.
바느질 할 때, 돈 셀 때, 생선 지느러미 가위질 할 때, 친정 이불장 사이에 봉투 찔러놓고 올 때
왼손이라야 더 날렵하게 끝을 낸다.
상처의 칼집인 왼손이
생활의 현장 속으로 손 내밀 준비를 하고 있다.
사십 년 넘게 교육 한번 받지 않은 왼손이

 

 

 

 

 

* 나는 Ambidexter인가? 아닌가?

 어릴 때 왼손으로 밥먹는다고 아버지에게 혼이 나면서 배운 오른손 숟가락질덕에

 지금은 오른손으로 밥먹고 오른손으로 글을 쓴다.

 하지만 팔씨름할 때나 야구공 던질 때, 볼링공 굴릴 때는 왼손이 담당한다.

 물론 테니스나 탁구를 칠 때는 오른손이 담당해준다.

 그러니 양수잡이라고 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아 참 그러고 보니 돈 셀 때 왼손으로 센다.

 사람들은 내가 돈 셀 때 상당히 불안하게 바라본다. 어색한 돈 셈을 통해 틀릴까보아 그렇다.

 김나영시인은 나를 모델로 시를 쓰셨나.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