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망가진 삶을 위하여 [이경임]
세상에서 아름다운 음악은
망가진 것들에게서 나오네
몸 속에 구멍 뚫린 피리나
철사줄로 꽁꽁 묶인 첼로나, 하프나
속에 바람만 잔뜩 든 북이나
비비 꼬인 호른이나
잎새도, 뿌리도 잘린 채
분칠, 먹칠한 토막뼈투성이 피아노
실은 모두 망가진 것들이네
하면, 나는 아직도
너무 견고하단 말인가?
망가진 것들에게서 나오네
몸 속에 구멍 뚫린 피리나
철사줄로 꽁꽁 묶인 첼로나, 하프나
속에 바람만 잔뜩 든 북이나
비비 꼬인 호른이나
잎새도, 뿌리도 잘린 채
분칠, 먹칠한 토막뼈투성이 피아노
실은 모두 망가진 것들이네
하면, 나는 아직도
너무 견고하단 말인가?
* 음악에 문외한일 수도 있고 음악치이기도 한 나는 분명 견고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전주곡만 듣고도 아, 이 노래라면서 팝송이나 가요가 나오면 잘 알아맞추지만
클래식이나 성가곡등에는 영 젬병이다.
악기를 다룰 줄 아는 것은 하나도 없다.
한때 클래식기타반에 가입했다거나, 하모니카를 산 적이 있었다거나 그랬지만
끈기가 없는 탓일까 하나도 섭렵한 것은 없다.
아직 나는 망가지지 않은 까닭이다.
아름다운 음악은 망가진 것들에게서 나온다는데
나는 언제쯤 망가지며
언제쯤 음악을 할 수 있을까.
살면서 별 부러운 것은 없는데
음악을 잘 하거나 노래를 잘 하는 사람은 부럽다.
예배중에 찬양으로 영광돌리는 사람이 부럽고
멋지게 트럼펫을 연주하는 아마츄어도 부럽고
특히나 멋진 목청으로 소리내는 사람이 부럽다.
(한때 성가대에서 립싱크로 찬양한 적도 있지만
파트를 나누고 부르는 데 영 어려움이 많았다.)
여름내 나무가지에 매달려 종교적인 감동을 주던
잎사귀들이 망가지면서
아름다운 아우성을 치고 있다.
10월의 어느 멋진 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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