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門[조용미]

JOOFEM 2006. 10. 3. 00:50

 

 

 

 

 

 

門[조용미]

 

 

 

 

 

냉장고는 악착같이  같은 색이다

門을 열면

드러날 부패를 감추기 위해

 

 

이를 꽉 다물고 있다

門은

쉽게 열리지 않는다

 

 

닫힌 門들은

상한 내부에서 뿜어내는 향기로

사람을 불러들인다

 

 

경로당 옆 청수목공소는

늘 門이 닫혀 있다

 

 

통나무 몇 개와

비스듬히 놓인 나무사다리가

門앞을 지키고 있다

 

 

올 봄에는

고들빼기가 門앞에

꽃을 피웠다

 

 

닫힌 門들은

사람을 그 앞으로 끌어들이고는

굳게 입을 다물고 있다

 

 

닫힌 門은 은폐된 벽이다

 

 

 

 

 

*우리가 평생 살면서 열고 닫는 문들은

  무수히 많다

 

  닫혀 있는 문앞에 서서

  그 문이 열리기를 간절히 바라기도 하고

  내가 닫아놓은 그 문으로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단단히 문을 잠그기도 한다

 

  열어서 받아들이기도 하고

  닫아서 벽을 쌓기도 한다

 

  문은 늘 열리거나 닫히며

  사람들을 울리기도 하고 웃기기도 한다

 

  문은 그 자체가 하나의 방어벽이다

  나를 감추는 그늘이다

 

 

 

 

 

 

문 [최영숙]

 

 

 

 

 
 
내 앞에 문이 있다
열리지 않는 건 문이 아니다
문을 열고
들어오거나 나가야 한다
이 문을 어쩔것인가
밀거나 혹은 당기거나 둘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문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2미터
1미터
문 앞이다
잠시 망설인다
이번에도 실수를 되풀이할 수 없으므로
신중을 기해야 한다
밀 것인가 당길 것인가
문의 구조로 봐서 이 문은 당김이다
아니, 밀어야 될 것 같다
문고리를 비틀어 천천히 민다
꽉 다문 입처럼
열리지 않는 문
이 문은 당김이었다
앞뒤 없이 밀봉된 상자처럼
문이 많은 건물에 나는 갇힌다
밤새도록 문 앞에서 쩔쩔맨다
불이 나도 문 앞에서 고민하는 사람
지금까지 내 앞에 선 많은 문들이
밀거나 혹은 당김이었을 것이고
통과하지 못한 문을
여느라 시간을 전부 써버렸다
지금도 여전히 고민하는
내 앞에, 餘生이라는
문이 있다
어떻게 살 것인가
 
 
 
 
 
* 지금까지 숱한 문을 밀거나 당기며 용케도 버텨왔다.
   정오의 슬픔을 지나 남은 여생을 헤아리게 되었다.
   이제 불현듯 밀고 당기는 행위가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뒤돌아 보아도 돌아갈 수 없이 숱한 문을 지나왔다.
   .....누가 이 문들 좀 열어줘욧!
   소리라도 질러본다만 자동으로 열리는 문은 없다.
   열어주는 사람도 없다.
   이 생의 무게를 누가 가벼웁다고 했나......몹쓸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