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리에서 [최춘희]
비오는 날 미사리에 갔었지
거기에 너는 보이지 않고
강에는 돌자갈과 황토흙만 쌓여
긴 뱀처럼 띠를 두른 안개에
젖고 있었어, 밤새 꿈속에서
끝이 보이지 않는 소실점 향해
달려가던 너를 뒤쫓아 온 세상
미친듯이 헤매다녔지
네모난 어둠에 갇혀 떨고 있는
내 의식의 유리파편에 발 찔리며
건너뛸 수 없는 이쪽과 저쪽
좁혀지지 않는 수직과 수평의 거리
끼어 맞추다 그만 잠깨버렸어
흐린 하늘을 배경으로 물새떼
끼륵거리며 날아오르고,
마음의 붉은 뗏장 뿌리채 뽑혀
강물 따라 흔적도 없이 떠내려갔지
언제나 뒷모습만 보여주는 너
오늘은 그림자조차 찾을 수 없고
부러진 시간의 관절들만 마구 자란
들풀이 되어 울고 있었어
강바깥으로 근거도 없이 떠돌던 소문
빈 콜라병처럼 밀어내며
더 이상 너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손도 자르고 팔도 자르고 다리도 잘라)
몸통만 남겨진 그리움
물수제비로 뜨고 있었어
머릿속의 불안한 막대그래프 지워버리고
생을 담보로 전신에 퍼져 있는,
한랭성 저기압 단칼에 베어내고 싶었지
바닥이 드러난 장세
아낌없이 손 털어버리고 나도
내부에 모든 것을 뭉뚱그려 넣은
강이 되어 흘러가고 싶었어
내 안에 고여 있는 세월의 저쪽
가로질러.
* 미사리를 한번 가보고 싶다.
그 곳에 가면 칠공팔공 가수들을 만날 수 있기때문이다.
나의 뇌 한구석에는 그 때의 노래들이 차곡차곡 저장되어 있는 까닭이다.
특히 가수중에는 이치현을 만나고 그의 노래를 듣고 싶다.
짚시여인을 부른 이치현을 아내는 좋아한다.
왜 저런 날라리같은 ㄴ을 좋아하냐고 물으니 날라리같아서 좋다고 한다.
첨엔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점점 이치현을 좋아하게 되었다.
무슨 현상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날라리같은 그가 좋다.
세월은 많이 흘러서 이치현도 오학년이 훌쩍 넘어버렸고
우리도 그의 뒤를 쫓고 있다.
미사리를 갈 즈음에 우리가 오학년이 될지도 모른다.
그 땐 육학년을 바라보는 이치현을 만나려나.
어쩌면 평생 못만날 수도 있을 게다.
날라리같은 그와 같이 나도 젊은 날에 날라리였으면
아내가 더욱 좋아했을라나.
미사리가 가져다 주는 분위기만 사랑해야 되나 보다.
안개 낀 미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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