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어떤 목소리[이브 본느프와]

JOOFEM 2007. 2. 6. 22:23
 
 
 
 
 
 
어떤 목소리[이브 본느프와]






나는 내 말[言]을 불길처럼 그대 안에 옮겨놓았다
바람은 불속보다도 더 험한 암흑이다
어떠한 악운의 별도 어떠한 미망도
그토록 깊은 싸움에서 아무것도 여인인 나를 굴복시키지 못했지
그러나 불꽃의 힘으로 나는 이렇게 살아왔네
불길로 돌진하는 운명이 없어 유리창들이 떨어져 깨질 때
누가 올 것인가를 짐작할 수 있는 밤
그리고 불길의 굽이침 이외에 그 무엇을 내가 알리오?
나는 부재에 대해 비난하는 언어일 뿐
부재는 내 모든 말 되풀이를 파괴하리라
맞다, 언어일 뿐이라는 생각은 이윽고 소멸한다
그것은 운명적인 과업이며 동시에 헛된 영광이기에







 
 
*두브의 말과 길에 대하여


돌이켜보면 불꽃의 힘이란
불씨가, 땔감이 있을 때는 활활 타오르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맥도 못추고 형편없이 사그라드는 것.
나는 불꽃의 힘으로 이렇게 살아왔지만 다시
불꽃의 힘없음으로 끝을 맺을 수 밖에 없다는 것.
어떤 부재가 언어를 만들고 다시 언어가 부재되는
아니, 더는 언어도 아닐 그런 검고 깊은 재.
이젠 말도 아닌, 불꽃은, 나는, 몸은,
그리고 불꽃의 원동력인 당신은 어디에 있는가.   
---->슬픔의 바다님이 쓴 글





* 시사랑카페에서 오랫동안 시를 사랑했던 회원.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
넉넉한 바다가 왜 슬픈 것이었을까. 아마도 사막 한가운데에서 불꽃의 원동력을 찾다가
찾지 못해 찾지 못해 너무나 슬픈 나머지 스스로 실종되었나 보다.
슬픔이 기쁨에게 주는 메시지를 듣고 싶었는데 끝내 들을 수 없다.
그동안 나누었던 교감을 소멸시키고 부재의 모래밭에 파묻혔다. 파묻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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