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식성에 대하여[맹문재]

JOOFEM 2007. 2. 8. 11:37
- 대따 짬뽕나!
- 몇그릇?
- 열그릇!
 
 
 
 
 
 
 
식성에 대하여[맹문재]
 





중국집에 가면 짜장면은 먹어도
짬뽕은 절대 먹지 않던 어린 날 식성이
바뀐 지 오래
식성이 뒤바뀌거나
둘 다 먹지 않게 된 것이 아니라
모두 먹는 것이다

일찍 일어나 마당을 쓸면 복이 든다고 믿고
짜장면만 먹던 때
지나

나는 무단횡단으로 벌금을 문 적이 있다
그러나 벌금은 내게 길을 주지 않았다
나는 청춘의 규율로 기능사 자격증을 땄다
그러나 정년이 보장되지 않았다
나는 논문을 써 선거권을 쥐었다
그러나 나의 권리를 소문마저 비웃었다

텔레비전 뉴스가 은하수만큼이나 쏟아져 내리는
쓸쓸한 중국집
나는 짬뽕 국물까지 마신다
마당을 쓸던 빗자루를 던져두고
텔레비전 앞에서
바뀐 식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 저녁 나의 식성은 나의 것이 아니다
 
 
 
 
 
 
 
* 땀흘리며 밥먹는 이를 이해하지 못했다.
  짬뽕같은 국물있는 것을 후루룩짭짭 먹는 이를 이해하지 못했다.
  혹은 입에서 씹는 맛이 없었던 죽종류를 먹는 이를 이해하지 못했다.
  허나 지금은 그 모든 것을 먹는다. 땀도 흘리면서말이다.
 
  대개 트랜스포메이션의 시점을 군대로 꼽는다.
  안먹는 음식도 여기에서는 군기들어서 먹고 배고파서 먹고
  나의 식성이 아닌 국가의 식성에 맞추어 살게 된다.
 
  나이 먹을수록 어른들의 식성을 닮아간다.
  어릴 때 골라내던 양파도 골라먹게 되고
  냄새때문에 인상쓰던 청국장도 즐겨찾기한다.
 
  우리들의 삶은 바뀐 식성처럼 바뀌며
  몸도 마음도 바뀌어 간다.
  이 밤도 나는 나의 몸무게를 재며 일희일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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