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못[홍정수]

JOOFEM 2007. 2. 27. 00:05

 

                                                              홍정수님의 블로그에서 퍼온 그림입니다.

 
 
 
 
 
 
 
 
 
 
못[홍정수]
     
 
 
 
 

때론 목수의 손길을 원망도 했지
고단한 운명의 장난이라 푸념도 했지
온전히 고정된 그날을 위해
고통을 고스란히 끌어안고
뿌리를 내릴 때까지
현실과 이상에 머리와 몸을 박고
꿈꾸며 살아야 해
절망하지 말아야 해
침묵과 싸워야 해

제 한 몸 어딘가에 꽂혀야
비로소 시작되는 인생
현실에 충실해야 하는 몸뚱이
삶 깊숙이 묻고
하나되어 살아야 해
반항하지 말아야 해
온몸으로 싸워야 해

하늘 향해 고개도 들지마
머리를 얻어맞거나 뽑혀 버릴 테니까
 
 
 
 
 
 
* 압출진통은 산모가 느끼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나오려는 아기가 받는 고통입니다.
  작용반작용의 법칙에 따라
  아기가 산모의 고통을 고스란히 받습니다.
 
  쇠는 물이 되어 봉강이 되었다가
  쇠도 역시   압출진통을 겪고 와이어로 태어납니다.
  다시 몸이 잘라지고
  머리 한대 빵!하고 맞으면
  새삶을 얻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자기의 달란트만큼
  어딘가에 깊숙히 몸을 담그고
  오랜 세월을 인내하며 쓰임을 받습니다.
 
  정말 하늘 향해 고개도 들지 못하며
  순종하며 살아갑니다.
  원망대신 감사의 언어로
  녹슬어 갑니다.
 
  그것이 인생입니다.
  그것이 인생길입니다.
 
 
 
 
 
 
 
* 시인 홍정수님은 철물점을 운영하신단다.
  귀여운 철물과의 삶이 다분히 순종하는 삶처럼 보여서 보기에 좋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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