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부[김시천]
때로는 안부를 묻고 산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안부를 물어 오는 사람이 어딘가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그럴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사람 속에 묻혀 살면서
사람이 목마른 이 팍팍한 세상에
누군가 나의 안부를 물어 준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럽고 가슴 떨리는 일인지
사람에게는 사람만이 유일한 희망이라는 걸
깨우치며 산다는 건 또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나는 오늘 내가 아는 사람들의 안부를 일일이 묻고 싶다
*
안부[최승자]
안부[최승자]
나더러 안녕하냐고요?
그러엄, 안녕하죠.
내 하루의 밥상은
언젠가 당신이 했던 말 한마디로 진수성찬이 되고요,
내 한 해의 의상은
당신이 보내주는 한 번의 미소로 충분하고요,
전 지금 부엌에서 당근을 씻고 있거든요.
세계의 모든 당근들에 대해
시를 쓸까 말까 생각하는 중이에요.
우연이 가장 훌륭한 선택이 될 때가 있잖아요?
그런데, 다시 한번 물어주시겠어요,
나더러 안녕하냐고?
그러엄, 안녕하죠.
똑딱똑딱 일사분란하게
세계의 모든 시계들이 함께 가고 있잖아요?
*
안부[앙마]
어찌 살아가시는지요
혹, 가끔 절 기억은 하시는지요
이미 잊으셨다면 그대로 사셔도 좋습니다
미풍에도 떨어지는 낙엽 때문에
그저 당신이 궁금했을 뿐입니다.
단지 그것뿐입니다.
혹, 가끔 절 기억은 하시는지요
이미 잊으셨다면 그대로 사셔도 좋습니다
미풍에도 떨어지는 낙엽 때문에
그저 당신이 궁금했을 뿐입니다.
단지 그것뿐입니다.
*
안부[윤경]
마음으로만 자라는 말들은 왠지 그 잎이 수상합니다 사람
들과 섞여 왁자지껄하게 순을 자르고 돌아온 날 행간마다
글자들 아프게 일어섭니다. 화음이 고르지 못한 음표들이 주
저앉는 밤이면 덩달아 일어서지 못하는 나를 탓합니다. 그대
마음이 복선으로 깔려 있는 수화기를 들면 발신음 떨어지는
저쪽 웅크리고 앉아있는 물음표가 보입니다. 두드리는 것마
다 벽이 되는 것들을 허물며 쟁쟁 귓바퀴를 울리는 목소리
하나를 끄집어 냅니다.
들과 섞여 왁자지껄하게 순을 자르고 돌아온 날 행간마다
글자들 아프게 일어섭니다. 화음이 고르지 못한 음표들이 주
저앉는 밤이면 덩달아 일어서지 못하는 나를 탓합니다. 그대
마음이 복선으로 깔려 있는 수화기를 들면 발신음 떨어지는
저쪽 웅크리고 앉아있는 물음표가 보입니다. 두드리는 것마
다 벽이 되는 것들을 허물며 쟁쟁 귓바퀴를 울리는 목소리
하나를 끄집어 냅니다.
*
안부[주페]
하도 그리워서
오래된 만년필을 꺼내들고
원고지위에
칸 무시하고
사무친 정을 맘껏
휘갈겼습니다.
막상
보내려니
그리운 당신의 주소가
알 수 없군요.
그냥 당신이 그리워
밴더빌트의 시
몇자 적었으니
보고도 모른척하셔요.
당신도
내가 그리웁거든
그리하여요.
* 살아가면서 안부 전하고 싶지만 그리 못하며 사는 경우가 얼마나 많던가. 다만 스팸메일만 매일 내 안부를 묻는 세상이다.
오래된 만년필을 꺼내들고
원고지위에
칸 무시하고
사무친 정을 맘껏
휘갈겼습니다.
막상
보내려니
그리운 당신의 주소가
알 수 없군요.
그냥 당신이 그리워
밴더빌트의 시
몇자 적었으니
보고도 모른척하셔요.
당신도
내가 그리웁거든
그리하여요.
* 살아가면서 안부 전하고 싶지만 그리 못하며 사는 경우가 얼마나 많던가. 다만 스팸메일만 매일 내 안부를 묻는 세상이다.
* 첸나이의 친구에게서 안부전화가 왔다. 멀리 인도에서 도를 닦고 있을 친구의 가족, 보고 싶다.
그런데 블로그주소를 알려주어 블로그를 통해 살아가는 모습을 보았다.
친구를 닮은 아들과 점점 더 예뻐진 딸, 그리고 형수까지.(친구가 제수씨 운운해서 형수라 부른다.ㅋㅋ)
안부를 물으며 살아갈 나이인데다 거리마저 멀리 떨어져서 더욱 만나고 싶은 친구다.
첸나이에 우리회사도 공장을 짓고 있는데 출장갈 껀수가 있는지 잘 살펴야겠다. 아내도 내가 출장갈 때 살짝 묻어가겠단다.
암튼 반갑고 자주 안부를 묻고 살자. ^^*
'시와 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평역에서[곽재구] (0) | 2007.03.01 |
---|---|
못[홍정수] (0) | 2007.02.27 |
무명인[에밀리 디킨슨] (0) | 2007.02.20 |
겨울 풍경[박남준] (0) | 2007.02.16 |
식성에 대하여[맹문재] (0) | 2007.02.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