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무명인[에밀리 디킨슨]

JOOFEM 2007. 2. 20. 11:03
 
 
 
 
 
 
 
 
 
무명인 [에밀리 디킨슨]
 
 




난 무명인입니다! 당신은요?

당신도 무명인이신가요?

그럼 우리 둘이 똑같네요!

쉿! 말하지 마세요.

쫓겨날 테니까 말이에요.



얼마나 끔찍할까요, 유명인이 된다는 건!

얼마나 요란할까요, 개구리처럼

긴긴 6월 내내

찬양하는 늪을 향해

개골개골 자기 이름을 외쳐대는 것은.








I'm Nobody

Emily Dickinson



I'm Nobody! Who are You?

Are you-Nobody-too?

Then there's a pair of us!

Don't tell!

They'd banish us-you konw!



How dreary-to be-Somebody!

How public-like a frog-

To tell your name-

the livelong June-

To an admiring bob!
 
 
 
 
 
 
 
 
 
* 하나님앞에 나아가 기도할 때 이렇게 말한다. '하나님, 저 누구누구 하나님앞에 왔습니다.......'
하나님은 전지전능하시니 금방 알아채시겠지만 세상적인 이름이 의미가 있는걸까, 의구심이 가득 하다.
생을 마감하고 영의 세계로 들어가면 어떤 아이덴티티로 존재할지 참 궁금하다.
번호로 매겨질 것인지, 다른 언어로 지어질 것인지, 혹은 아무 이름이 주어지지 않을 것인지......
 
이 세상에서 지금 가지고 있는 이름은 의미있는 이름인 것인가.
혹은 무명인으로 사는 것이 유명인으로 사는 것과 같은 것인가.
존의 아들이라고 존슨, 데이비드의 아들이라고 데이비드슨이라고 이름짓는 거나
아침에 태어난 딸이라고 아사코, 밭일보다 낳았다고 다나카라고 이름짓는 거나
번호로 매기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어질고 물맑은 사람이 되라고 이름지어진 나의 이름은 과연 평생 나의 정신세계를 지배하는 걸까.
때로 이름처럼 살려고 애는 쓰지만
만약 이름이 없었다면 아무 의미없이 세상을 살았을까.
무명인이 되어 야, 어이, 여보게 쯤으로 불리며 사는 것은 어떠한가.
 
꽃을 내가 꽃이라고 불러주었을 때 꽃은 내게로 와 꽃이 되었듯
세상에서는 누군가 나를 불러주었을 때 비로소 나는 그 무엇이 된다.
 
 
 
 
 
 
(누군가 나를 어이,하고 불러주었으면 좋겠다.
나는 .....없음.)
 
 


'시와 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못[홍정수]  (0) 2007.02.27
안부  (0) 2007.02.24
겨울 풍경[박남준]  (0) 2007.02.16
식성에 대하여[맹문재]  (0) 2007.02.08
어떤 목소리[이브 본느프와]  (0) 2007.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