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사랑의 시차[이정하,최영미]

JOOFEM 2007. 3. 25. 00:05

 

 

 

 
 
 
 
 
 
 
사랑의 시차[이정하]
 
 
 
 
 
먼 곳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이곳은 새벽인데 그곳은 밤이라 합니다.
이렇듯 우리 사랑에는 시차가 있는가 봅니다.
나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지독한 그리움뿐.
나는 새벽인데 그대는 밤이라 합니다.
 
 
 
 
 
 
 
 
 
 
 
 
사랑의 시차[최영미]
 
 
 
 
내가 밤일 때 그는 낮이었다 
그가 낮일 때 나는 캄캄한 밤이었다
그것이 우리 죄의 전부였지

나의 아침이 너의 밤을 용서못하고
너의 밤이 나의 오후를 참지 못하고

피로를 모르는 젊은 태양에 눈멀어
제 몸이 까맣게 타들어가는 줄도 모르고
맨발로 선창가를 서성이며
백야의 황혼을 잡으려 했다

내 마음 한켠에 외로이 떠 있던 백조는
여름이 지나도 떠나지 않고
기다리지 않아도 꽃이 피고 꽃이 지고
그리고 가을, 그리고 겨울,
곁에 두고도 가고 오지 못했던
너와 나 면벽(面璧)한 두 세상.

 

 

 

* 사랑의 시차적응이 안되어서

  만났다가 헤어진 이는 얼마나 많은가

  지금도 적응이 진행중인 이는  또 얼마나 많은가

 

  이 곳이 밤인데 그 곳은 낮이라면

  내가 낮인데 그가 밤이라면

  이것 참  언제 사랑을 하나

 

  서로 다른 시차때문에 사랑하는 일은 고행이지만

  때로 꿈을 꾸듯 그리움으로

  혹은 찰랑거리는 목욕물같은 기다림으로 채워진다

 

  일년에 한번 겨우 만나는

  견우와 직녀처럼

  일년 삼백육십사일을 어긋나는 운명,

  그 사랑의 시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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