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곽재구]
아침 저녁
방을 닦습니다.
강바람이 쌓인 구석구석이며
흙냄새가 솔솔 풍기는 벽도 닦습니다.
그러나 매일 가장 열심히 닦는 곳은 꼭 한 군데 입니다.
작은 창틈 사이로 아침 햇살이 떨어지는 그곳.
그곳에서 나는 움켜쥔 걸레 위에
내 가장 순결한 언어의 숨결들을 쏟아붓습니다.
언젠가 당신이 찾아와 앉을 그자리
언제나 비어있지만
언제나 꽉 차 있는 빛나는 자리입니다.
* 일천구백팔십사년, 광주 상무대에서 병과교육을 받았다.
보병들은 산으로 들로 뛰어다니는 게 교육이었지만 포병은 강의실에서 포술을 배웠다.
포병 동기들은 대개 한 방에 네명씩 기숙했었고
룸메이트중 가장 특이한 친구가 박명하였다.
가끔 마음이 울적하다며 군화를 들고 나가 삐까번쩍하게 닦곤 했다.
그가 마음을 닦는 유일한 방법이었고 그러고나면 마음이 차분해진다는 거다.
사람들은 저마다 마음을 가라앉히는 방법들이 다르다.
비어있는 그 마음에 과연 누가 찾아올 것인지 누구를 기다릴 것인지
당신은 아실 것이다.
마음이 텅 비어 가난한 이들에게 빛이 찾아와
꽉 차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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