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슬픈 힘[권경인]

JOOFEM 2007. 3. 25. 21:08

 

 
 
 
 
 
슬픈 힘[권경인]
 
 
 
남은 부분은 생략이다
저 물가, 상사화 숨막히게 져내려도
한번 건넌 물엔 다시 발을 담그지 않으리라
널 만나면 너를 잃고
그를 찾으면 이미 그는 없으니
십일월에 떠난 자 십일월에 돌아오지 못하리라


번뇌는 때로 황홀하여서
아주 가끔 꿈속에서 너를 만난다
상처로 온통 제 몸 가리고 서 있어도
속이 아픈 사람들의 따뜻한 웃음
오래 그리웠다


산을 오르면서 누구는 영원을 보고 누구는 순간을 보지만
애써 기다리지 않아도 갈 것은 가고 올 것은 온다
사람이 평생을 쏟아부어도 이루지 못한 평화를
온몸으로 말하는 나무와 풀꽃같이
그리운 것이 많아도 병들지 않은
무욕의 정신이여


그때 너는 말하리라
고통이라 이름한 지상의 모든 일들은
해골 속 먼지보다 가볍고
속세의 안식보다 더한 통속 없으니
뼈아픈 사랑 없이는
어떤 하늘도 건널 수 없다는 것을


기다리지 않아도 마침내 밤이 오고
마지막 새소리 떨어져내릴 때
 
 
 
 
 
* 뼈아픈 사랑없이는 어떤 하늘도 건널 수 없는 운명 혹은 숙명.
  오늘 나이 마흔일곱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태클, 혹은 컴플레인을 했다.
  나는 아무 것도 아닌데 나를 그렇게 대접해 주는건가.
  아뭏든 이제 남은 것은 생략하는 것 뿐이다.
 
  사람에게는 희망이 없다!
  평생을 이 말씀이 진리라고 들어 왔는데
  정말 사람에게는 희망이 없음을 안타깝게 생각하게 되다니,
  아뭏든 이제 남은 것은 황홀한 번뇌를 생략하는 것 뿐이다.
 
  오늘의 슬픈 우울모드.
  십일월에 떠난 자, 십일월에 돌아오지 못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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