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카치올리로의 초대[김요일]

JOOFEM 2007. 3. 14. 20:55

 

 

 

 

카치올리로의 초대[김요일]

 

 

 

 

 

카치올리,

유랑을 끝낸 집시들의 마지막 거처

사시사철 태양만한 보름달이 있지

푸른 연기 자욱한 마을은

국경 밖에 있어

 

마을 어귀엔 선술집

간판도 문도 달려 있지 않아

술은 마셔도 그만 마셔도 그만

리듬에 맞춰 카치올리카치올리 흥얼거린다네

재즈면 어떻고 탱고면 어때 

누구나 솔리스트가 되어 카덴자를 연주하지

 

졸리진 않겠지만 잠이 들면

마을 사람들은 가지의 꿈을 꾸곤

바다 보다 출렁이는

마지막 보다 슬픈, 착한 보다 향기로운

그런, 뻔하고 낭만적인 있잖아

 

놀다 지쳐 심심해진 소녀들은

가지 끝에 발그레한 열매로 매달리기도 하고

눈꽃이 되어 날아다녀

 

카치올리,

시보다 사랑스러운 것들로 넘쳐나는

밖으로 길이 있는

가끔, 정장을 차려 입고 결혼식엘 가거나

한심해진 신을 위해 기도하기도 하지

모두 모여 함께 몸을 씻기도

 

카치올리,

달무지개 걸려 있는 마을 이름은 카치올리지만

여장남자 시코쿠는 레피시라고 불러

털보 뤼팽은 아무르가 맞다고 우기지

마을 사람들의 심장 개수만큼 불리는 이름도 제각각이야

 

내가 사는 카치올리, 카치올리, 카치올리

오지보다 깊은

모락모락 모닥불 같은 환幻 피어나는

당신에게만 살짝 귀띔하고 싶은

 

 

 

* 재즈면 어떻고 탱고면 어떠하리.

  우리가 사는 곳은 어디나 카치올리,

  전봇대가 서 있고

  나무로 만든 벤치가 있지

 

  내 꿈이나 네 꿈이나  다를 건 뭐야

  언덕위에 하늘 닮은 집 짓고

  아들 낳을까 딸 낳을까

  고민할 건 또 뭐야

 

  언젠가 말했지

  내 집 근사하게 지어달라고

  카치올리가 아니어도 좋아

  그냥 카치올리라 부르고

 

  지나가는 행인1

  행인2

  죄 불러놓고

  시보다 더 사랑스런 것들로 넘쳐나는 곳을

  만들어

 

  그리곤 우리,

  잔치하자

  여기가 첸나이어도 좋고

  탕정면이어도 좋고

  샌디에고나 멕시코국경이면 어때

 

  복되고 복되고 복된

  카치올리에서 우리,

  잔치하자

  얘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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