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발에 대하여[신규호]

JOOFEM 2007. 3. 28. 16:13

 

 

 

 

발에 대하여[신규호]

 

 

 

 

갑자기 발병이 났다

무심했던 탓에

발톱이 병들고 있는 줄 몰랐다

일 년 열 두 달 매일같이

80킬로그램의 몸을 지탱하며

짓눌리며, 온갖 궂은 데를 짓밟고 다니는

발의 고단함을 모르고 지냈다

잘 씻어 주지도 않고

주물러 주지도 않은 채

혹독하게 부려먹기만 한 업보로

발병이 났다,어느 날

갑자기 파업을 선언한 발

약을 바르며생각했다

어디 발뿐이겠는가

짓눌리며 살아가는 게

세상천지 하고 많은 사람들이

발만도 못하게 짓밟히며 살아가는

잡초같은 고단한 삶,

고단한 발들을

손을 내밀고 씻어주고

주물러 주어야 한다는 걸

그걸 몰라 오늘 발병이 났다

지독한 병이 났다

 

 

 

 

 

*사실 어느 날 갑자기 병이 나지는 않는다.

  몸에 대하여, 발에 대하여 무심했으므로 병이 난 게다.

  짓눌리고 짓밟히는 고단한 삶 가운데 때로 지독한 병이 난다.

 

  손 내밀고 씻어주며

  주물러 주는 사랑과 관심이 병나지 않게 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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