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다른 골목[황인숙]
문은 헤맨다
열려야 할지 말아야 할지
그토록 완강하게
그는 문을 흔들고 있다
문은 정신이 하나도 없다
그는 부술 듯이 문을 두드린다
문은 흔들리면서 마음을 굳혔다
난 몰라, 널 모른다고! 알고 싶지도 않고
그는 헤맨다
여태껏도 헤매다가 우연히 이 문을 만났다
그는 문을 두드리고 흔들면서
자기가 왜 이러는지 헤맨다
문의 완강한 거부만이
그의 완강함의 명분이다
깊은 새벽 막다른 골목길을
그와 문이 흔들고 있다.
* 밖에서 문을 잠그어 놓고는 나더러 문을 안연다고 쌩난리다.
흔든다고 열릴리 없는데 마음을 더욱 굳히게 만든다.
내가 잠근게 아니어서
밖에서 문이 풀려지고 화악! 열려지면
막다른 골목이 나야? 아니면 문을 흔들던 당신이야?
완강함과 완강함이 만나는 그 곳은 다름아닌 막다른 골목,
그래서 막다르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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