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샤갈의 하늘 아래[김보일]

JOOFEM 2007. 6. 3. 22:37

 

 

 

 

 

 

샤갈의 하늘 아래 [김보일]

 

 

 

 


 1
처녀들아 잠을 깨라
山羊들이 구름을 먹어치운다
희고 부드러운 엉덩이를 먹어치운다
 
 
 2
당나귀들은 강으로 가고 있었다
목마름이 붉은 꽃으로 서있는
7월의 태양 아래 

   
 3
물고기를 빚어 하늘에 놓아주고
수염이 많은 늙은 神은 피리를 분다
잎새들이 조금씩 몸을 뒤챘다

   
 4
물구나무를 서면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난다
아이들은 세상을 돌려놓고 시시깔깔 웃는다
푸르릉푸르릉 웃으며 망아지들이 쏟아진다
 

 5
여름날의 오후는 무료하다
수염이 많은 늙은 神은 찢어지게 하품을 하고
우박을 만들어 함석지붕을 두드린다
아이들은 하늘에서 뛰어 내리고
푸르게 푸르게 잎새들이 돋아난다
 

 6
그림자가 지워지지 않는다고
빨래를 너는 아낙네들은 투덜거린다
밤에는 노란 사마귀들이 그림자를 먹어치운다네
수레에 실려 가는 아이들이 노래를 불렀다
 

 7
아이들의 어깨에 떨어져 노래가 되는 눈(雪)
아이들은 노래를 뭉쳐 눈사람을 만든다
환한 침묵이 햇살 아래 빛나는 아침
아이들은 늦은 잠 끝에서 창밖을 본다
 

 8
색종이를 오려 아이들은 큰 별을 나무 끝에 단다
먼 하늘 아버지의 나라에 눈꼽 같이 작은 별들
구운 감자를 벗기는 어머니의 식탁 위에서
아이들은 잠시 아름다운 행성이 된다.

 
 9
애인들의 손을 잡고 처녀들은 날아오른다
바람 한 줄기가 치마를 들추며
처녀들과 함께 하늘로 솟아 오른다
솟아 올라라 지상의 구두끈을 풀고
애인들의 손을 잡고 솟아 올라라

 

 

 

 

 

* 샤갈은 심리학자였을까. 일종의 프로이트나 융같은......

  그의 그림은 에쿠테이션이 보이고 하늘을 날으는 모습이 보인다.

  꿈결에서 보이는 모습일까.

  어쩌면 우리의 심연에 숨겨진 속마음이 그림으로 승화된 것인지도 모른다.

  욕망이라는 이름으로 표현되는 모든 것에

  슬쩍 나의 마음이 동화되고  만다.

 

  우리가 꿈꾸는 모든 것이 삶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샤갈의 눈내리는 마을에 비밀스러운 사랑이 잠시 감추어진다.

  그것을 심리학자는 들여다보고 읽어낸다.

  부끄러운 속마음, 그림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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