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맥가이버칼[정영선]

JOOFEM 2007. 6. 9. 13:15

 

 

 

 

 

 

 

 

맥가이버칼[정영선]

 

 

 

 

마음을 척척 재단해주는 만능의 칼 하나 그대에게 선물하

고 싶다. 호주머니 밑바닥에 조금 묵직하게 자리잡아 언제 어

디서나 그대 날아가려는 마음을 가볍게 눌러주며 그대 잘 꾸

는 풋사과 같은 헛꿈일랑 어디서나 줄칼로 딱 쪼개어보라고.

사과 살 속같은 어둠 속에서 혼자 키우는 예감일랑 햇빛 속

에 화들짝 드러내어 그 사과씨처럼 얼마나 설익었는가를 그

대 두 눈으로 똑똑히 보라고. 그래서 줄회칼로 빗나가는 예

감의 살 속을 도려내라고. 수액 없이도 한없이 자라서 온 머

리에 뿌리를 내리는 헛꿈은 헛발을 디디게 하는 법. 가끔 헛

발질에 넘어져  뚜껑 닫고 들어앉은 마음일랑 흔들어 흔들어

열 수 있는 따개까지 부착된, 봄바람 따라 풀린 마음도 나사

로 꼭꼭 조여주는 언제 어디서나 만능인 공구 하나 그대에게

선물하고 싶다.

 

 

 

 

 

* 언제 어디서나 나의 친구가 되어주는 맥가이버칼.

  답답하거나 마음문이 닫히거나

  혹은 슬프거나 외롭거나 그럴 때

  쑤시고 돌리고 열고 자르고

  장난감 아닌 것이 마치 장난감처럼

  기쁨도 주고 사랑도 주는 맥가이버칼.

 

  아마도 집안 구석에 맥가이버칼 하나쯤 다 있을 게다.

  없다면 마음에라도 맥가이버칼을 품을 일이다.

  그게 내 친구와 같은 소중한 선물인 까닭이다.

 

  맥가이버칼은 역시 스위스 게 제일이다.

  마데인차이나는 차이나기 때문이다.

 

  오, 나의 친구 맥가이버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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