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널목이 있는 정거장[유경환]
기차 맨 뒤칸은
작아지면서 소리를 남긴다
흔들리는 소리 가슴에
기차 맨 뒷칸은
뉘에겐가 손짓을 남기고 간다
언제나 그리운 사람 타고 있듯이
기차 맨 뒤칸은
못다한 이야기 흘리고 간다
언제나 고향을 매달고 가면서.
* 유경환시인께서 타계하셨다.
마지막으로 기차 맨 뒤칸을 통해 못다한 이야기 흘리면서
시를 사랑했던 심상을 매달고 떠나 가셨다.
냇가의 은모래[유경환]
냇가의 은모래는
다리목에 한참씩
날 앉혔다
냇가의 은모래는
조금씩 밀리면서
반짝였다
냇가의 은모래는
아득히 살아온 나날을
그렇게 보여 줬다
냇가의 은모래는
그토록 작아지면서도
빛났다
생각하면 지금도
냇가의 은모래
눈부신 눈짓을 내게 보낸다.
작은 새[유경환]
하늘을 주름잡아서
나는 작은 새
나래 따라 겹겹이
구겨지는 하늘
아득히 솟아오르는
작은 새의 꿈
언제나 하늘 펼쳐서
신비를 찾는다.
작은 새 하늘 삼키는
그 눈빛 부럽다
어디서나 하늘의
금빛을 뚫으며
날고 싶은 곳이면
그 어디에서나
언제나 하늘 접어서
슬픔을 감춘다.
* 일천구백칠십칠년 고등학교 일학년일 때
유경환 동시집 '`겨울들새'를 샀다.
값 육백원. 쫌 비싼 책이었지.
거기에 실린 작은 새를 옮겨 보았다.
평생을 작은 꿈을 꾸며 시를 쓰며 사셨던 분이다.
갈 수 없는 고향때문에 큰 꿈 대신
작은 새, 작은 영광, 작은 일상을 노래하며
그렇게 작은 꿈을 펼치며.......
황해도 고추잠자리를 잡아 짱아,짱아,라고 부르며 좋아했을
어린 소년 유경환님의 시를 이제 더많이 볼 수 없음을 안타까워 하며
부디 하늘나라에서 갈 수 없는 고향을 대신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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