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산노을 外[유경환]

JOOFEM 2007. 6. 30. 10:43

 

 
 
 
 
 
산노을[유경환]
 
 
 
 
먼 산을 호젓이 바라보면 누군가 부르네
산너머 노을에 젖는  내 눈썹에 잊었던 목소린가
산울림이 외로이 산 넘고  행여나 또 들릴 듯한 마음
아 아, 산울림이 내 마음 울리네
다가오던 봉우리 물러서고  산 그림자 슬며시 지나가네
나무에 가만히 기대보면 누군가 숨었네
언젠가 꿈속에 와서  내 마음에 던져진 그림잔가
돌아서며 수줍게 눈감고  가지에 숨어버린 모습
아 아, 산울림이 그 모습 더듬네
다가서던 그리움 바람되어  긴 가지만 어둠에 흔들리네
 
 
* 테너 임웅균이 불러야 제격인데 블로그에 파는 게 없어서 아쉽다.
 
 
 
 
 
 
 

건널목이 있는 정거장[유경환]

 

 

 

 

기차 맨 뒤칸은

작아지면서 소리를 남긴다

흔들리는 소리 가슴에

 

기차 맨 뒷칸은

뉘에겐가 손짓을 남기고 간다

언제나 그리운 사람 타고 있듯이

 

기차 맨 뒤칸은

못다한 이야기 흘리고 간다

언제나 고향을 매달고 가면서.

 

 

* 유경환시인께서 타계하셨다.

  마지막으로 기차 맨 뒤칸을 통해 못다한 이야기 흘리면서

  시를 사랑했던 심상을 매달고 떠나 가셨다.

 

 

 

 

 

냇가의 은모래[유경환]

 

 

 

 

 

냇가의 은모래는

다리목에 한참씩

날 앉혔다

 

냇가의 은모래는

조금씩 밀리면서

반짝였다

 

냇가의 은모래는

아득히 살아온 나날을

그렇게 보여 줬다

 

냇가의 은모래는

그토록 작아지면서도

빛났다

 

생각하면 지금도

냇가의 은모래

눈부신 눈짓을 내게 보낸다.

 

 

 

 

 

 

작은 새[유경환]

 

 

 

 

하늘을 주름잡아서

나는 작은 새

나래 따라 겹겹이

구겨지는 하늘

아득히 솟아오르는

작은 새의 꿈

언제나 하늘 펼쳐서

신비를 찾는다.

 

작은 새 하늘 삼키는

그 눈빛 부럽다

어디서나 하늘의

금빛을 뚫으며

날고 싶은 곳이면

그 어디에서나

언제나 하늘 접어서

슬픔을 감춘다.

 

 

 

* 일천구백칠십칠년 고등학교 일학년일 때

  유경환 동시집 '`겨울들새'를 샀다.

  값 육백원. 쫌 비싼 책이었지.

  거기에 실린 작은 새를 옮겨 보았다.

  평생을 작은 꿈을 꾸며 시를 쓰며 사셨던 분이다.

  갈 수 없는 고향때문에 큰 꿈 대신

  작은 새, 작은 영광, 작은 일상을 노래하며

  그렇게 작은 꿈을 펼치며.......

  황해도 고추잠자리를 잡아 짱아,짱아,라고 부르며 좋아했을

  어린 소년 유경환님의 시를 이제 더많이 볼 수 없음을 안타까워 하며

  부디 하늘나라에서 갈 수 없는 고향을 대신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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