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김승희]
가장 낮은 곳에
젖은 낙엽보다 더 낮은 곳에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그래도 살아가는 사람들
그래도 사랑의 불을 꺼트리지 않는 사람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그래도,
어떤 일이 있더라도
목숨을 끊지 말고 살아야 한다고
천사같은 김종삼, 박재삼,
그런 착한 마음을 버려선 못쓴다고
부도가 나서 길거리로 쫓겨나고
인기 여배우가 골방에서 목을 매고
뇌출혈로 쓰러져
말 한마디 못해도 가족을 만나면 반가운 마음,
중환자실 환자 옆에서도
힘을 내어 웃으며 살아가는 가족들의 마음속
그런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섬, 그래도
그런 마음들이 모여 사는 섬, 그래도
그 가장 아름다운 것 속에
더 아름다운 피 묻은 이름,
그 가장 서러운 것 속에 더 타오르는 찬란한 꿈
누구나 다 그런 섬에 살면서도
세상의 어느 지도에도 알려지지 않은 섬,
그래서 더 신비한 섬,
그래서 더 가꾸고 싶은 섬 그래도,
그대 가슴속의 따스한 미소와 장밋빛 체온
이글이글 사랑과 눈이 부신 영광의 함성
그래도라는 섬에서
그래도 부둥켜안고
그래도 손만 놓지 않는다면
언젠가 강을 다 건너 빛의 뗏목에 올라서리라,
어디엔가 근심 걱정 다 내려놓은 평화로운
그래도 거기에서 만날 수 있으리라
* 엘살바도르의 수도는 산살바도르
나이지리아의 수도는 라고스
몽고의 수도는 울란바토르
케냐의 수도는 나이로비
열살쯤 된 나이에 전세계의 수도를 다 알 정도로
지리에 참 밝았지만
근 사십년동안 알지 못했던 섬이
마다가스카르이다.
아프리카 대륙에 섬이 별랑 없더니만
어느 날 갑자기
크은 섬이 불쑤욱 나타나서
나, 섬이야!
그래도 한반도보다 여섯배는 크은 걸,
하고 자랑한다.
그래도 우리의 인생 가운데
어느 날 갑자기 불쑤욱 나타나서
신비감을 주는 기쁨도 있는 게다.
누구나 가슴 속에
신비하고 아름다운 섬 하나쯤
품고 꿈꾸며 살 일이다.
그래도
우리는 언젠가
무거운 짐 내려놓고
평화의 섬에서
하얀 집 지어놓고 행복하게 살리
'그래도 만나면 좋으리'
'만나도 좋으면 행복하리'
주소 하나 받아두고 행복하게 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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