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조그만 사랑노래[황동규]

JOOFEM 2007. 7. 17. 11:56
 
 
 
 
조그만 사랑노래[황동규]
 
 
 
 
어제를 동여맨 편지를 받았다.
늘 그대 뒤를 따르던
길 문득 사라지고
길 아닌 것들도 사라지고
여기저기서 어린 날
우리와 놀아주던 돌들이
얼굴을 가리고 박혀 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추위 환한 저녁하늘에
찬찬히 깨어진 금들이 보인다.
성긴 눈 날린다.
땅 어디에 내려앉지 못하고
눈뜨고 떨며 한없이 떠다니는
몇송이 눈.
 
 
 
 


 
 
 
 
더 조그만 사랑노래[황동규]
 
 
 
 
아직 멎지 않은
몇 편(篇)의 바람.
저녁 한끼에 내리는
젖은 눈, 혹은 채 내리지 않고
공중에서 녹아 한없이 달려오는
물방울, 그대 문득 손을 펼칠 때
한 바람에서 다른 바람으로 끌려가며
그대를 스치는 물방울.
 
 
 
 


 
 
 
 
더욱더 조그만 사랑노래[황동규]
 
 
 
 
연못 한 모통이
나무에서 막 벗어난 꽃잎 하나
얼마나 빨리 달려가는지.
달려가다 달려가다 금시 떨어지는지.

꽃잎을 물 위에 놓아주는
이 손.
 

 

 

 

 

 
 
* 작은 일상속을 우리는 살아간다.
  가끔은 테이블 몇 되지 않은 카페에 앉아
  그 옛날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팝송 한 곡을
  우연히 들으며 느끼는
  작은 기쁨처럼
  우리의 작은 일상속에서
  작은 기쁨들이 넘쳐나면  좋을 게다.
  사랑이란 것은 작으면 작을수록 감동적이다.
  큰 사랑은 신문에 나거나 책으로 실리겠지만
  작은 사랑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해도
  늘 우리의 가슴에 남아 있다.
 
  오늘도 고 작디작은 사랑을 노래하며
  어디선가 나의 마음이 머물거나 떠나거나 할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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