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쁜 소리사[정금자]
나 어렸을 때
아버지는 기쁜 소리사를 하셨다
점방 문이 열리면
스피커에서 들려지는 음악소리가
조용한 마을을 메었고
장터에 사는 점분이가
아랫마을 총각이랑
연애를 한다는 소문도 흘러나왔다
작년에 고향에 가보니
점분이와 그 아제도
중늙은이가 되었고
지금까지 막내 삼촌은
기쁜 소리사 간판을 지키고
점방 앞 빈 자리에는
낡은 라디오와 텔레비전만이
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낡은 스피커에서는 아직도
"외로운 가슴에 꽃씨를 뿌려요"
유행가가 흘러나오고
아하,오늘이 5일째 드는 장날
아버지는 거기 있었다
@해변시인학교 백일장 장원시(들꽃나라에서 퍼옴)
* 비록 낡은 스피커일지라도 기쁜 소리사 음악은 외로운 가슴에 꽃이 된다.
나는 어렸을 때 아버지가 만화가게를 하셨다.
지금도 만화는 제 7의 예술이라고 믿는 건 어린 나이에 만화를 두루 섭렵했기때문이다.
제법 사는 친구집에 놀러가면 주로 전집으로 된 책들이 많아서 참 많이 빌려다 보았지만
만화가 가져다 주는 상상력으로 더욱 음미하면서 책을 읽었댔다.
낡음 속에서 우리는 우리의 것을 지키고 살아가며 그 속엔 늘 아버지가 있다.
가난했지만 만화를 통해 상상력을 얻게 해주신 아버지에게 장터 김치말이 국수 한그릇 사드리련다.
그 때 만화가게는 저런 풍경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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