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노래ㅡ故 이균영 선생께 [이희중]
심야에 일차선을 달리지 않겠습니다
남은 날들을 믿지 않겠습니다
이제부터 할 일은, 이라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건강한 내일을 위한다는 핑계로는
담배와 술을 버리지 않겠습니다
헤어질 때는 항상
다시 보지 못할 경우에 대비하겠습니다
아무에게나 속을 보이지 않겠습니다
심야의 초대를 기다리지 않겠습니다
신도시에서는 술친구를 만들지 않겠습니다
여자의 몸을 사랑하고 싱싱한 욕망을 숭상하겠습니다
건강한 편견을 갖겠습니다
아니꼬운 놈들에게 개새끼, 라고 바로 지금 말하겠습니다
완전과 완성을 꿈꾸지 않겠습니다
그리하여 늙어가는 것을 마음 아파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오늘 살아 있음을 대견해하겠습니다
어둡고 차가운 곳에서 견디기를 더 연습하겠습니다
울지 않겠습니다
* 어두운 기억의 저 편에 이균영이라는 소설가가 웅크리고 있습니다.
벌써 그 소설이 나온게 이십년이 훨씬 넘었고 그 소설가가 세상을 떠나간지 십년이 넘었군요.
오늘의 노래는 마치 유서를 보는 것 같습니다.
이제 아무에게나 속을 보이지도 않고 울지도 않아야겠습니다.
어두운 기억의 저 편에서 나는 지워져가고 없습니다.
영구, 없다! 나도 없다!
'시와 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화羽化의 꿈[오탁번] (0) | 2007.09.15 |
---|---|
지하철을 탄 비구니[정호승] (0) | 2007.09.14 |
기쁜 소리사[정금자] (0) | 2007.09.07 |
한 잎의 시(詩)[김은숙] (0) | 2007.09.06 |
껍질[정진규] (0) | 2007.09.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