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기쁜 소리사[정금자]

JOOFEM 2007. 9. 7. 19:48

 

 

 

 

 

기쁜 소리사[정금자]

 

 

 

 

나 어렸을 때

아버지는 기쁜 소리사를 하셨다

점방 문이 열리면

스피커에서 들려지는 음악소리가

조용한 마을을 메었고

장터에 사는 점분이가

아랫마을 총각이랑

연애를 한다는 소문도 흘러나왔다

 

작년에 고향에 가보니

점분이와 그 아제도

중늙은이가 되었고

 

지금까지 막내 삼촌은

기쁜 소리사 간판을 지키고

점방 앞 빈 자리에는

낡은 라디오와 텔레비전만이

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낡은 스피커에서는 아직도

"외로운 가슴에 꽃씨를 뿌려요"

유행가가 흘러나오고

 

아하,오늘이 5일째 드는 장날

아버지는 거기 있었다

 

 

              @해변시인학교 백일장 장원시(들꽃나라에서 퍼옴)

 

 

 

* 비록 낡은 스피커일지라도 기쁜 소리사 음악은 외로운 가슴에 꽃이 된다.

  나는 어렸을 때 아버지가 만화가게를 하셨다.

  지금도 만화는 제 7의 예술이라고 믿는 건 어린 나이에 만화를 두루 섭렵했기때문이다.

  제법 사는 친구집에 놀러가면 주로 전집으로 된 책들이 많아서 참 많이 빌려다 보았지만

  만화가 가져다 주는 상상력으로 더욱 음미하면서 책을 읽었댔다.

  낡음 속에서 우리는 우리의 것을 지키고 살아가며 그 속엔 늘 아버지가 있다.

  가난했지만 만화를 통해 상상력을 얻게 해주신 아버지에게 장터 김치말이 국수 한그릇 사드리련다.

 

      그 때 만화가게는 저런 풍경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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