椅子[조병화]
1
그 자릴 비워 주세요
누가 오십니까
"녜"
그 자릴 비워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누가 오십니까
"녜"
그 자릴 비워 주시면 쓰겠습니다
누가 오십니까
"녜"
그 자릴 비워 주셨으면 합니다
누가 오십니까
"녜".
2
그렇습니다
이 자린 저의 자린 아니오나
아무런 생각없이
잠시 있는 자리
떠나고 싶을 때 떠나게 하여주십시오
그렇습니다
이 자린 저의 자린 아니오나
아무런 딴 생각없이
잠시 머물고 있는 자리
떠나고 싶을 때 떠나게 하여주십시오
미안합니다
이 자린 저의 자린 아니오나
떠나고 싶을 때 떠나게 하여주십시오.
3
來日에 �기면서
지금 내가 아직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지금 내가 앉아 있는 자리의 어제 들이다
"그 사람은 어디로 갔을까"
時間의 宿所를 더듬으며
지금 내가 아직 생각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건
지금 내가 머물고 있는 자리의 어제 들이다
"그 사람들은 어디로 갔을까"
차례에 쫓기면서
지금 내가 아직 생각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건
지금 내가 앉아 있는 자리의 어제 들이다
"그 사람들은 어디로 갔을까".
4
가을마다 이 자리에 돌아오는 건
무언가를 이 자리에 잊은 거 같은
생각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가을마다 이 자리에 돌아오는 건
먼 자리 가다
무언가를 이 자리에 두고 온 거 같은
생각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봄,여름,겨울,멀리
혼자 가다
가을마다 이 자리에 돌아오는 건
무언가를 이 자리에 잊은 거 같은
생각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5
떠나야 할 시간이오나,아직
떠나지 못하옵는 건
"來日?"
어디라 장소를 정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일어서야 할 시간이오나,아직
일어서지 못하옵는 건
"來日?"
어디라 장소를 정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비워야 할 이 자리,시간이오나,아직
비우지 못하옵는 건
"來日?"
어디라 장소를 정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6
시간은 마냥 제 자리에 있는 거
실로 변하는 건
움직이는 것들이다
옛날에도 그랬고 오늘도 그렇고
내일! 우리 이 자리에 없으려니
시간은 마냥 제 자리에 있음에
실로 변하는 건
사람뿐이다
시간에 집을 지으라
생각에 집을 지으라
시간은 마냥 제 자리에 있음에
실로 변하는 것은
"오고 가는 것"들이다.
7
지금 어디메쯤
아침을 몰고 오는 분이 계시옵니다
그 분을 위하여
묵은 이 椅子를 비워 드리지요
지금 어디메쯤
아침을 몰고 오는 어린 분이 계시옵니다
그 분을 위하여
묵은 이 椅子를 비워 드리겠어요
먼 옛날 어느 분이
내게 물려 주듯이
지금 어디메쯤
아침을 몰고 오는 어린 분이 계시옵니다
그 분을 위하여
묵은 이 椅子를 비워 드리겠습니다.
8
보이는 자리엔,낙서를 하지 말자
"옛날에 어느 분이 이 椅子에......"하고
나를 찾을 때
-그 생각 속에 있자
보이는 그 자리엔, 낙서를 새기지 말자
"옛날에 어느 분이, 이 椅子에......"하고
나를 찾을 때
-그 생각 속에 있자
보이는 자리엔,낙서를 하지 말자
"옛날에 어느 분이, 이 椅子에......"하고
나를 찾을 때
-그 생각 속에 있자.
9
인사말을 이야기 하기엔 너무 어림에
옛날 어느 분이 내게 한 말이
"이 자릴 사랑하라"
인사말을하기엔 너무 어림에
오늘 내가 오는 분께 할 말이
"이 자릴 사랑하라"
인사말을 이야기 하기엔 너무 어림에
옛날 어는 분이 내게 한 말이
"너를 위해 너를 이야기 하지 말라"
인사말을 하기엔 너무 어림에
오늘 내가 오는 분께 할 말이
"너를 위해 너를 이야기 하지말라".
10
가을 公園에
빈 椅子 하나 놓여 있다
나뭇잎이 떨어짐에
먼 고요함
가을 公園에
빈 椅子 하나 놓여 있다.
* 가을이 정말 가을 같아서 빈 의자에 앉아 쉬고 싶다.
포르토벨로의 마녀란 소설책 한권 읽으며
그냥 편안한 마음이 되어 의자에 앉아 쉬고 싶다.
요즘은 왜 이리 피곤한지 일터에서 깜박깜박 졸음이 온다.
봄도 아닌데 편안한 잠을 그리워 한다.
하늘 쳐다볼 시간도 없는데 어떤 여자가 "하늘이 맑아서 전화했어요."한다.
그래, 바람 한 점도 좋고 구름 한 점도 좋은 가을에 그냥 아무 이유없이 빈 의자에 앉아
쉬고 싶구나. 쉬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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