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지금, 우리들의 사랑이라는 것이[김시천]

JOOFEM 2007. 11. 17. 09:55

 

 
 
 
 
지금, 우리들의 사랑이라는 것이 [김시천]
 
 



  그저,   
  순한 물 한 그릇이면 좋겠네    
  평범한 이들의 식탁 위에 놓이는
  작은 목마름 적셔주는
  그런 물 한 그릇이면 좋겠네
  그리하여 온전하게 그대 온 몸을 돌고 돌아
  땀이 되고 눈물이 되고 사랑이 되어
  봄날 복스런 흙가슴 열고 오는 들녘의 꽃들처럼
  순한 향기로 건너와
  조용조용 말 건네는 그대 숨소리면 좋겠네
  때로는 빗물이 되어
  그대 뜰로 가랑가랑 내리면서
  꽃 몇 송이 피울 수 있었으면 좋겠네
  사랑이라는 것이
  아 아,우리들의 사랑이라는 것이
  타서 재가 되는 절망이 아니라면 좋겠네
  내 가슴 불이 붙어 잠시 황홀한 아름다움이 아니라
  물 한 모금 나눠 마실 줄 아는
  순하고 욕심 없는 작은 기쁨이면 좋겠네
  물 한 모금 먼저 떠서 건넬 줄 아는
  그런 넉넉함이면 좋겠네
  그리하여 그치지 않고
  결코 거역하거나 배반할 줄 모르는 샘물이 되어서
  그 눈빛 하나로 세상 건널 수 있으면 좋겠네
  아아,지금 우리들의 사랑이라는 것이
  들녘 여기저기 피어나는 평범한 꽃들의 목을 적시는
  그저 순한 물 한 그릇이면 좋겠네
 
 
 
 
 
 
* '미녀들의 수다'에는 많은 외국인 여자들이 나와서 신기한 한국문화를 얘기한다.
   그 중 그녀들이 가장 신기해 하는 것이 티비드라마 '사랑과 전쟁'이다.
   굉장히 재미있어서 자주 본다는 거다.
   지금, 우리들의 사랑이라는 것이 이 드라마와 같다.
   한때는 매디슨카운티의 다리처럼 채터리부인의 사랑처럼 아주 드물고 그래서 아름다왔지만
   지금은 그것조차 하나의 트렌드가 되어 여기저기서 사랑과 전쟁이 일어난다.
   맹맹한 물 한 그릇보다는 내 가슴에 불이 붙어 황홀감을 주는 순간을 더욱 사랑하는 까닭이다.
   타서 없어지고 절망이 될 망정 지금, 우리들의 사랑이라는 것이 쾌락을 추구한다.
   요즘 옥소리의 외도를 바라보면서 그녀를 이해하려 하지만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은 자신의 외도를 떳떳하게 밝히지 못하고 추한 도망질을 한다는데 있다.
   팝페라가수를 사랑한 것도 사랑이요, 이태리 요리사를 사랑한 것도 사랑인데
   그냥 나 사랑했어요,라고 말하고 깨끗한 이별, 깨끗한 정리를 했으면 좋겠다.
   맹맹한 물 한 그릇이 귀한 사랑이 될 날도 머잖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