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몰랐다[강미정]

JOOFEM 2007. 11. 13. 23:07

 

 

 

 

몰랐다 [강미정]



내 곁에 있는 가장 가까운 것이 불안하다는 것을, 몰랐다 가장 가까운 것이 가장 큰 불안을 만든다는 것을, 몰랐다 불안이 불안을 낳는다는 것을, 몰랐다 가장 가까운 것에 내가 묶여있다는 것을, 몰랐다 가장 가까운 불안에 내가 너무 오래 묶여 있다는 것을, 몰랐다 오래 묶여있는 것이 불안하다는 것을, 몰랐다 묶인 것을 푸는 것도 풀지 못하는 것도 불안이라는 것을, 몰랐다 풀린 것엔 불안이 자란다는 것을, 몰랐다 자꾸 불안한 것이 나를 몰고 간다는 것을, 몰랐다 이제 묶여있지 않으면 불안하다는 것을, 몰랐다 도망가 도망가 묶인 줄을 풀어 주어도 도망가지 않는다는 것을, 몰랐다 묶인 줄의 길이만큼만 늘어나고 줄어든다는 것을, 몰랐다 묶였던 줄에 내가 길들여졌다는 것을, 몰랐다 묶여야만 묶여있어야만 안심이 된다는 것을, 몰랐다 풀리는 것이 한없이 불안하다는 것을, 몰랐다 내가 풀어질 때 위험하다는 것을, 몰랐다 가장 가까운 것을 잃을까봐 다칠까봐 헤어질까봐 아플까봐 불안한 것도 묶인 것이란 것을, 몰랐다 너무 오래 묶여있어서 이제 묶여있지 않으면 정말 불안하다는 것을, 몰랐다

 

 

 

 

 

 

* 종이에 그려질 수 있는 관계인은 몇 안되는 법.

  그렇게 가깝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그렇게 불안하고 또 불안하다.

  평생을 유기불안에 산다는 건 '참된 나'의 불행이다.

  이쯤에서 자유를 누리며 살고 싶구나.